[우보세]한국 정치, 이러다가 국민한테 맞는다

[the300]

박종진 l 2021.08.13 03:2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나이스 쥴리 르네상스 여신, 볼케이노 불꽃 유후 줄리, 서초동 나리들께 거저 줄리 없네' 진보진영에서는 꽤 유명한 가수 백자가 최근 내놓은 신작 '나이스 쥴리'의 가사다. 민주노총 여성위가 "여성을 성녀와 창녀로 가르는 전형적 이분법으로 여성혐오를 드러냈다"고 반발했다.

노래를 듣자니 민망함을 넘어 서글프다. 루머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조롱으로 가득한 노랫말이 요즘 사회 일각에 비판의 수준을 보여주는 듯하다. '만주를 내달리며 시린 장백을 넘어~' 대학 시절 그가 작곡한 노래를 호기롭게 불렀던 추억이 겹쳐 실망이 더한다.

"만주벌판이 거짓을 알고 있다" 여당 한 중진의원이 연일 야권 대선주자의 집안을 공격한다. 조부에 증조부까지 거론하며 친일 의혹을 제기한다. 딱 떨어지는 증거는 없다. 당시 면장을 했다는 식이다. 해당 캠프가 그런 식이라면 농업 계장 했던 문재인 대통령 부친도 친일파란 말이냐고 한마디 했다가 여권 인사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말꼬리 잡기만 무성하다. 눈에 불을 켜고 있다가 걸리면 물고 뜯는다. 발언의 취지나 맥락은 애초 관심 밖이다. 거친 발언으로 먹잇감을 제공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공격이 지나치다.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도 굳이 왜 그런 단어를 썼느냐는 비판받을 수 있지만 거기까지다. 전후 맥락과 전문을 살펴보면 집권 여당 유력주자들이 갑론을박할 만한 거리가 안 된다. 윤석열 후보의 부정식품 발언도 표현이 정제되지 못한 실언이지만 결코 '가난한 사람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취지가 아니었다. 해묵은 유통기한 논란 등 공권력이 민간 영역을 어디까지 규제할 것이냐는 의미있는 논쟁거리로 연결될 수 있다.

최재형 후보의 "정부는 모든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 없다" 발언도 다르지 않다. 마치 새 정권이 들어서면 세상이 바뀔 것처럼 떠드는 게 기만이다. 지도자에 대한 과도한 기대심리를 부추기는 정치권의 행태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공고히 하고 결국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는 바다.

#근거 없는 비방과 조롱, 말꼬리 잡기는 퇴행이다. 촛불 민주주의의 경험과 미디어의 발달 등으로 나날이 시민사회의 수준은 높아지는데 우리 정치는 여전히 저질화되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무능했던 진보는 타락까지 했고 타락했던 보수는 무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제1야당은 대선후보 캠프에서 당 대표를 들먹이며 탄핵을 말하는 등 집안싸움이 볼썽사납다. 청와대는 자화자찬에 바쁘다. 한여름 밖에도 못 나가고 마스크 쓰며 버티는 국민들이 급증한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준 건데 방역과 문케어 생색은 대통령이 낸다. 2심 판결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안쓰러워하며 편들기에 여념 없는 여당 의원들은 전셋값 폭등에 억장 무너지는 국민들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있기는 한가.

온갖 권모술수를 총동원하는 대선의 계절이다. 국민 수준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만 명심해야 한다. 마이크 타이슨은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대 맞기 전까지는"이라고 했다. 얕은 수 쓰다가는 국민한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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