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北화답 끌어낸 文대통령 "우리정부 마지막 책무"

[the300](종합)文대통령 "북미 대화시작하면 한반도문제 풀릴 것"...김여정 "남북정상회담 건설적 논의"

정진우 l 2021.09.26 14:05
[뉴욕=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09.22.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종전선언'을 제안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한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곧바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미간 대화가 시작되면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한반도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며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고, 대북 대화와 외교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5일 밤 늦게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공정성과 존중의 자세가 유지된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건설적 논의를 거쳐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북관계 회복과 평화적 안정에 대한 바람은 우리 역시 남측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담화 발표한 北김여정, 남북정상회담 기대감 높여


김 부부장은 전날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대해 "흥미 있다"고 언급한 담화에 이어 이틀 연속 담화를 통해 "남조선 정치권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 보았다"며 "남북관계 회복을 바라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특히 "북과 남은 서로를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정상회담은 물론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 종전선언 추진 여부에 대해서도 '공정성과 존중 유지'를 전제로 "원활한 소통을 통래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자신들에 대한 '이중기준'을 버릴 것을 남북관계 회복의 조건으로 분명히 내걸기도 했다. 특히 이를 위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 부부장은 "다시 한번 명백히 말하지만 이중기준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 줄 수 없다"며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위협적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 남조선의 이중기준이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자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 무시이자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조선은 미국을 따라 이런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억지 주장을 내들고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들지 말아야 한다"며 "공정성을 잃은 이중기준과 대조선(북) 적대시 정책, 온갖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지난 29일 주재했다고 30일 방영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6.30. *재판매 및 DB 금지





美, 김여정 담화에 "대북 적대적 의도 없어"


미국은 김 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러면서 대화와 외교가 한반도의 평화 달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관련 질문에 "우리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고, 대북 대화와 외교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지금껏 여러차례 밝혔듯이 우린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고,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에 긍정적으로 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언급은 북한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대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조건을 내건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기만 하면 북한이 원하는 모든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역내 동맹과 우리의 배치된 군대 및 파트너를 위한 안보를 증진하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자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의 일환으로써 북한에 대한 관여를 지속해서 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우린 남북 간 대화와 관여가 좋은 것이라고 계속 믿고 있다"며 "더 광범위한 의제에 대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 코트 강당에서 화상으로 열린 코로나19 백신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억 회 분의 백신을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회의에는 영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2021.09.23.



文대통령 "미국과 북한이 대화만 시작되면 한반도 문제 풀릴 것"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1호기에서 기자단과 가진 기내 간담회에서 "그동안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에 성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멈춘 상태이기 떄문에 진전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책무로 여기고 있다"며 '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예측할 순 없지만 남한과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북한은 대화의 문은 열어둔채 여러가지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 측간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북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며 "이제는 과거와 다르게 대화와 외교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와 함께 점진적 단계적 실용적 접근 의지를 표명했기 떄문에 북한이 빨리 대화에 나서야겠다고 지금 촉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 21일(현지시간) 가진 미국 ABC방송 '나이트라인'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시작되기만 하면 한반도 문제가 풀릴 수 있는 단서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25일 미국 전역에 방송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과 한반도의 긴장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받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님은 외교 경험이 많고 아주 노련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며 "북한도 하루 빨리 대화에 호응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호놀룰루=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제76차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군 1호기 회의실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9.24.



정상회담 열린다면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 아니면 올해 말 판문점?


정치권에선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고해도 양 측간 의제 등 준비에 시간이 필요한 탓에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남북정상회담'을 꺼냈지만 지금 당장은 코로나19(COVID-19) 상황을 비롯해 국내 현안이 많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남북이 물밑 협상을 통해 올해 안에 판문점 등에서 깜짝 정상회담을 다시 개최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선 말씀드릴 순 없지만, 내년 초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혹시 그런 계기가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 역시 남북 정상회담,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꼭 밝혀두고자 한다"며 김정은 당 총비서의 입장과 '분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이 정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권언은 지난 8월에도 한 적이 있었다"며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며 지금 당장 정상회담을 할 여건은 아니란 입장을 내비쳤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선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라면서도 "지금 때가 적절한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날 담화에서도 역시 북한에 대한 이중기준 적용, 적대시 정책 철회가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권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이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지금처럼 공개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도 "실제 정상회담이 어떻게 이뤄질 지 예측하긴 힘들지만,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같은 좋은 명분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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