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돌파 '대세론' 계속…호남 선택은 이재명이었다

[the300](종합)

이원광, 완주(전북)=이정현 l 2021.09.26 19:3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장내로 향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승부처로 꼽힌 호남대전은 2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승리로 끝났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국 단위 지지를 받는 이 지사가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출신지인 호남에서도 승리하면서 소위 '대세론'은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북 경선을 끝으로 후보직을 사퇴하며 이 지사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이재명, 전북 '압승'…호남대전 '판정승'



이재명 지사는 이날 오후 전북 완주 우석대 체육관에서 열린 전북 지역 순회 경선에서 2만2276표(득표율 54.55%)를 얻어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호남 우위를 강조했던 이 전 대표는 1만5715표(38.48%)에 그쳤다.

이로써 민주당 경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대전은 이 지사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이 지사는 전날 광주·전남 순회 경선에서 3만3726표(득표율 46.95%)로 이 전 대표(3만3848표·득표율 47.12%)와 접전 끝에 패했다. 그러나 이날 전북 경선에서 표 차이를 벌리면서 호남대전을 승리로 마쳤다.

당초 호남 경선은 대규모 선거인단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핵심 승부처로 꼽혔다. 광주·전남과 전북 등 호남의 권리당원·대의원 등은 20만4017명으로 경기(16만4696명)와 서울(14만4483명)을 앞선다. 민주당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지역별 구분 없이 '1인 1표'로 계산해 후보를 선출한다.

이 지사의 열린캠프는 최대 난관으로 여겨졌던 곳에서 거둔 승리에 한층 힘을 받는 분위기다. 호남은 이 전 대표의 고향으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 출신 대통령이 없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승부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 전 대표가 또 2014년 7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전남도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이낙연 대선 예비후보가 이달 2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광주·전남 합동연설회에서 만나 인사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흔들림 없는 '대세론'…김두관 '지지 선언'



호남대전의 선전으로 이 지사 대세론도 더욱 탄력을 받는다. 이 지사는 이날 전북을 포함한 6차례 지역 순회 경선과 1차 슈퍼위크 개표 결과 34만1858표(득표율 53.01%)로 과반 선두를 지켰다. 전날(52.90%) 대비 누적 득표율을 0.11%p 끌어올렸다. 이 전 대표는 22만2353표(득표율 34.48%)다.

경쟁 상대였던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 이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이 지사에 따르면 사전 교감 없이 진행된 깜짝 지지 선언이다. 김 의원은 이날 순회경선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로 경선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팀으로서 4기 민주 정부를 반드시 세워야 한다. 오로지 그것 하나 때문에 사퇴한다"며 "대한민국에 산적한 과제가 많이 남아있는데 이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할 적임자가 이재명 후보라고 생각한다. 자치분권 관련해 이재명 후보에게 (기회를) 넘긴다"고 했다.

남은 경선 일정은 수도권 등 이 지사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이 지사 측은 다음달 9일 16만1093명의 권리당원이 있는 경기 경선 등에서 압도적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호남 선택 받은 이재명…대장동 의혹은 '정면돌파'



호남 경선은 야당이 연일 대장동 사업과 이 지사 간 연관성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치러진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이 전 대표 역시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번 지역 경선이 해당 의혹에 대한 심판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 지사가 이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해당 사업 과정에서 설립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거액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보도가 이날 오전 나왔고 이 지사는 즉각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기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곽 의원 아들 곽씨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 따르면 곽씨는 2020년 6월 퇴직금을 포함해 5억원의 성과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2021년 3월 퇴사 전 50억원을 받는 것으로 계약이 변경됐다. 이후 2021년 4월 원천징수 후 약 28억원을 받았다.

이 지사는 이날 "국민의 힘에 경고한다. 도적떼 선동에 넘어갈 만큼 세상이 그리 어리석지 않다. 정신 차리고 제 발등 그만 찍으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니 그냥 계속하시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의 '사회주의자'식 공격 우려로 망설이던 개발이익 국민환수제를 과감히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지사가 25~26일 호남 경선에서 판정승을 거두면서 대장동 사업 의혹에도 불구하고 호남 민심은 이 지사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해당 의혹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도 여권에서는 여전히 이 지사를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여기는 셈이다.

이 지사는 "전남과 광주, 전북을 합한 호남 전체에서 저희가 기대 이상으로 많이 승리한 것 같다"며 "민주·개혁세력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호남의 높은 지지율은 아마도 본선에서 승리하라는 뜻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압도적 경선 승리로 내부균열을 최소화하고 본선경쟁력을 높여주고자 하는 호남의 집단지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제나 말씀드린 것처럼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결과 발표 후 "이번 투표에 참여해주신 전북 도민과 저를 지지해주신 당원동지께 감사드린다"며 "변함 없이 희망을 지니고 더욱 노력해 가겠다"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이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한 것에는 "본인 자유"라며 "국가 균형 발전 의지와 정책에 대해 존경하고 그 분 정책 중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완주=뉴스1) 유경석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눈을 감고 경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21.9.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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