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의 본질, 2%는 죽어도 되나

[the300][우보세]

박종진 l 2021.11.30 04: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 국가의 본질은 폭력이다. 구성원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합의된 공권력의 총체다. 군대와 경찰, 사법권력을 갖고 형벌과 세금을 강제한다. 그 과정은 엄격히 법에 의해 통제된다.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왕과 의회가 세금을 놓고 싸우면서 태동했다.

국가 권력의 핵심인 세금 징수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자 논리와 합리로 설득된 결과여야 한다. 그런데 2022년 대선을 불과 100일 남겨둔 대한민국에서는 낯선 일이 벌어진다. 집권세력과 여당 대선후보가 종부세와 국토보유세를 말하는데 2%, 10%와 같은 단어가 전면에 등장한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정부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 다주택자, 법인의 종부세 비중이 약 93% 이상이라는 통계도 제시한다. 부자한테만 물리니까, 숫자가 적으니까 괜찮다는 얘기다.

# 즉각 비판이 따라붙는다. 종부세 부과 대상이 2%에 불과해도 가족을 계산에 넣으면 더 많다든지 세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한테 떠넘겨진다와 같은 지적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문제는 세금 문제를 대하는 인식 자체에 있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와 충돌한다. 10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게 법치의 원리다. 합당한 근거 없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면 안 된다.

과거사가 얽힌 외교에서부터 미래가 걸린 교육에까지 이 정권 들어 갈라치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장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세금 문제에서는 충돌이 더 격화된다. 98대 2, 90대 10과 같은 구도는 선명한 만큼 위험하다. 못 가진자와 가진자의 단선적 구분에는 선과 악이 덧씌워지고 분노가 조장된다. 다수에 기대어 반대 목소리는 기득권의 발악 혹은 국익의 걸림돌쯤으로 치부하기 쉽다.

# 물론 종부세든 국토보유세든 세금 낸다고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가진 집을 팔아버리면 안 내도 되니 청와대 정책실장 말마따나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생각하라는 정신승리 비법도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포장해도 강요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형용모순이고 아무리 소수라도 큰 폭으로 증가한 세금을 맞은 입장에서는 '약탈'일 수밖에 없다.

쓸데없이 '있는 사람' 걱정해주는 게 아니다. 부동산 정책에서 이미 경험했듯 다주택자 때려잡겠다는 정책마다 피해는 서민이 봤다. 이런 식으로 세금 물리면 서울의 주거환경 좋은 동네에 평범한 월급쟁이는 살기 어려워진다.

자칫 직선적이고 단순한 접근법이 모든 정치와 정책에 투영될 수 있다. 연일 등장하는 '이재명의 민주당'만 해도 해괴한 조어다. 정당이 개인 소유물인 양 노골적이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방법이 거칠다. 반복되면 본심을 의심받기 마련이다.

선거가 최악의 네거티브전으로 갈수록 오직 표에만 눈멀게 하는 독버섯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피어난다. 마키아벨리는 자기 나라의 운명이 걸렸을 때는 이런저런 가치와 기준은 전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대선판을 엄습하는 갈라치기와 선동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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