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부산상륙작전'…내분 길어지면 윤석열 리더십 위기

[the300](종합)李, 당무 거부→부산·순천서 지역현안 챙기기…尹 "얼마든 있을 수 있는 일"

박소연, 정세진 l 2021.12.01 17:15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사무실을 방문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준석 측 제공) /사진=뉴스1

당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연락 두절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과 순천을 잇따라 찾았다. 이 대표는 항간의 '대표직 사퇴'설을 불식시키려는 듯 지역 현안을 챙기고, 윤석열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대표가 직을 내려놓는 초강수를 두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윤 후보가 이 대표가 당무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윤 후보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섰다.


李, 당무 거부→부산·순천행…지역 현안 챙기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사무실을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준석 측 제공) /사진=뉴스1

국민의힘 당대표실에 따르면 이 대표는 1일 오전 장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당대표실은 이 대표가 장 의원 사무실에서 확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 6장을 배포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여의도 국회에 있어 두 사람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앞서 이 대표는 장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에도 윤 후보 최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에 "실제 장 의원이 인사를 주도하는 상황이었다면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이 대표의 이날 사무실 방문이 장 의원을 우회적으로 저격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오후에는 순천을 방문해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를 만나 지역 현안을 청취했다.

이 대표는 전날(11월30일)엔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해운대 인근에서 저녁식사를 갖고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문제와 가덕도 신공항 이슈 등 지역현안을 논의했다.

이어 밤 9시쯤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단둘이 만나 최근 선대위 역할 등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대표의 언행이 당 내분으로 비치지 않도록 유념하고 당내 모든 역량을 후보 중심으로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李 찾아가지 않는 尹 "얼마든 있을 수 있는 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충청권 민생투어 마지막 날인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9일 밤 8시쯤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란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잠행에 들어간 이 대표의 행보가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직을 내려놓는 중대 결심은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에게 복귀를 설득하는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내분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충청 지역 방문 중인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이 대표의 잠행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적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와 이런 문제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태연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오후엔 나아가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고 부산에 리프레시(재충전)하기 위해 간 것 같다"며 "선대위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사상 초유의 당무 거부 사태를 감수한 이 대표의 의중을 읽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안일한 생각이다.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윤 후보가 자세를 낮춰 이 후보를 찾아가는 등 전향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날 권성동 사무총장이 대신 이 대표 사무실을 찾았지만 형식적인 제스처였단 평가다. 이날도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무리해서 연락하는 것보다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연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 측에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김병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가 가장 열심히 할 일은 선거 승리"라고 비판했다.


헤게모니 싸움, 봉합 어려워…尹 정치력 시험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번 갈등은 심리적 갈등을 넘어 헤게모니 싸움이란 점에서 봉합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후보는 자칫 이 대표의 페이스에 말리면 향후 선대위 구성 등에서 주도권을 잃을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2030 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대표와 갈등이 장기화되면 당장 지지율과 대선 승리에 차질이 불가피해 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대표는 지지자들과 당원들 이름으로 정치력이 불충분한 윤 후보를 상대로 공개적인 항변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또 부산으로 내려와서도 당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대권과 당권, 지방선거 공천권을 놓고 암투가 벌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수습을 넘어 내부적인 협상과 대타협 없이는 갈등이 수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원장은 "이 대표는 과거 당대표와 달리 2030 지지층을 업은 강타자이고, 김종인 위원장은 다른 킹메이커와 달리 자기 표가 있다. 이들이 반윤석열 선봉에 서면 대선 승리가 어려워진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윤석열 리더십의 최대 고비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