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심상정, 허경영發 나비효과?…'조국 사태'부터 위기 태동

[the300]

박종진 l 2022.01.13 18:08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10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1.11.10/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칩거에 들어가고 선거대책위원회가 일괄 사퇴하면서 전체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심 후보가 쇄신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층이 일부라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본다. 공고한 진영대결 양상에서 스스로 존립 기반마저 다지지 못한 정의당이 지지율 상승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정의당은 이동영 수석대변인 명의의 공지문을 통해 선대위원 전원이 일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밤에는 심 후보가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일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허경영보다 못한 지지율…반등 가능할까


심각한 상황이란 결국 지지율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2% (한길리서치 11
~13일 조사)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심 후보의 지지율은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3.2%)보다도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 후보로서 참담한 처지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모든 여론조사를 대상으로 분석해 산출하는 '통합 지지율'에서도 심 후보는 지난해 이후 단 한 번도 5%를 넘은 적이 없었다. 1월 첫째 주 심 후보의 통합 지지율은 3.3%였고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는 작년 10월 말 4.2%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에서 6%대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도 비교된다.

문제는 반등 가능성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일찌감치 선대위를 해체 수준으로 재구성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선대위를 해산하고 반전을 모색했다. 심 후보도 현재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는다면 추격의 발판을 만들 수 있고 이 후보에게 쏠려 있는 범진보진영의 지지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심 후보가 선전하면 상대적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실제 그렇게 될지는 지켜봐야한다.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대학, 공유경제를 만나다' 주제로 열린 스타트업 미래의숲 1차포럼에서 만나 인사 나누고 있다. 2021.12.13/뉴스1



'조국 사태' 모호한 대응부터 위기 태동


정의당의 위기가 문재인 정권의 출범과 동시에 심화됐다는 점에서 쉽사리 극복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터 사회학자인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정점으로 진영 대립이 심각해질수록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는) 정의당의 존재가 희석돼왔다"며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설립으로 당하면서 도덕성과 정치적 능력 모든 면에서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조국 사태 때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데다, 그렇다고 총선에서 민주당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지도 못하면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는 지적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끝났다'고 선언했어야 했다"며 "그것을 정리 못 하면서 민주당에 들러리 서고 종속변수로 끌려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벗어난 새로운 구도를 못 만들었고 새로운 어젠다도 제시 못했고 새로운 인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13일 돌연 모든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간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심상정 후보는 현재까지 자택에 머물고 있다고 전해지고있다. 2022.1.13/뉴스1




선거 구도도 '불리'…"진보가 열세 지형"


이번 대선이 정권 교체 여론의 우위 속에 치열한 진영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점도 정의당에는 악재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그동안도 사표 논리 때문에 정의당이 손해를 봐왔는데 특히 지금은 민주당이 지는 국면"이라며 "이 후보는 (열세가 계속되면) 막판에 보수에 정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읍소 전략을 펼칠 것이다. 정의당 지지율 상승 여지가 굉장히 적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에 정권을 줄 수는 없다는 총력전이 진행되면 정의당의 쇄신 여부와 상관없이 불리한 구도에 갇힌다는 얘기다.

부동산 참사 등 문재인 정권의 정책 실패로 진보 진영의 입지 자체가 좁아진 점도 열악해진 환경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3~4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비율은 31%로 진보 응답(26%)보다 5%p(포인트)가량 앞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는 환경을 쫓아가는 것이지 환경을 창출하는 게 아니다"며 "유권자들의 주관적 이념지형이 지난해 7월 정도부터 보수가 5%p 정도 더 많아졌다. 진보가 열세 지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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