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회' 2선후퇴 '86그룹' 용퇴론…이재명, 지지율 반등 승부수

[the300]

하수민, 김태은 l 2022.01.24 15:47
(용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 공약 발표에 앞서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뜻으로 큰절을 하고 있다. 2022.1.24/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44일 앞두고 당내 인적 쇄신에 불을 붙였다. 당내 주류를 형성해온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 용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최측근 의원그룹인 '7인회'가 인적 쇄신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 후보 지지율 하락세를 타개하기 위해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낡은 정치를 바꾸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며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어 소위 7인회로 불리는 저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국민이 선택해주실 이재명 정부에서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을 것임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측근 '7인회'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이 후보를 지원했던 전 현직 의원들이다.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 의원과 이규민 전 의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김 의원은 "여·야를 불문하고, 차기 정부 내각과 보궐·지방선거의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권력 다툼을 벌이는 부끄러운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며 "국민의 선택을 받기도 전에 이미 정권을 가져온 양 오만한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고 정당 혁신과 정치 개혁을 부르짖는 민주당으로서 한없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재인정부를 겨냥해 뼈있는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번 정부에서도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 진영 인사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앞으로 국민이 선택해주실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며 "오롯이 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 그룹이 이날 차기 정부에서 2선 후퇴를 선언한 것은 최근 당내 일각에서 일기 시작한 '86그룹 용퇴론'과 맞물려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2선 후퇴 선언을 시작으로 추가 인적 쇄신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천=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경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걸어서 민심 속으로'의 일환으로 경기 이천시 이천중앙로문화의거리를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2022.1.24/뉴스1

김 의원도 "겸허한 마음으로 이재명 후보와 대선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께 요구하고 함께 해나갈 것을 다짐한다"며 "계파와 가치를 넘어 널리 인재를 등용하고 완전히 새로운 집권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우리 당이 공정의 가치를 되찾고 내로남불이라는 오명을 버릴 수 있도록 의원님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이 함께 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도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져야 할 부분, 특히 기성세대가 만든 암담한 현실에 따른 고통을 오로지 우리 젊은세대들이 다 감내하고 있다"며 "이런 세상을 바꾸려면 유능한 대통령이 있어야 하고 유능한 정치집단이 있어야 한다"고 에둘러 현재 주류집단인 86그룹의 용퇴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내에선 86그룹 맏형격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만간 이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현 지역구 불출마 선언과 '86그룹' 다선 의원들의 동참 호소, 당 정당혁신추진위가 혁신안으로 내건 '3선 연임 초과 제한'의 당헌 추진 등을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쟁력 없는 86그룹은 2선 후퇴하거나 다른 지역구에서 떳떳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송 대표의 평소 생각"이라며 "당헌을 바꾸는 것은 쉽지는 않겠지만 국민들 앞에 약속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86그룹' 용퇴론은 그동안 86세대 운동권 세력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주류로 자리잡아 20년 이상 기득권화됐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에도 당내 구도의 현실적 한계 등의 이유로 번번이 일축돼왔는데 최근 이 후보 지지율 반등 카드가 마땅치 않은 데다 문재인정부와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다시 떠올랐다.

특히 국민의힘이 30대의 이준석 대표로 세대교체 화두를 선점한 것도 뼈아팠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당대표 선거 당시에도 86세대 대신 70년대생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인적쇄신을 화두로 치고 나가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86그룹' 용퇴가 대선용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들의 인적 쇄신은 총선에서 결정되는 것인데 임명직을 맡지 않는다는 선언은 큰 의미가 없는데다, 총선은 2년 후에 치러지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선언하는 것이 의원들에게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을 겨우 한달여 앞두고 당헌을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선이 지나고 나서 흐지부지되면 그만 아니냐"며 "지금 상황이 급하지 의원들에게 2선 후퇴 선언 흉내 좀 내달라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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