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文·洪·安 공약 데자뷰

[the300]

김지훈 l 2022.01.24 16:09



5년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등장했던 '킬체인(Kill Chain·타격 순환 체계)'이 이번 대선에서 재조명될지 주목된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를 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가는 듯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킬체인이라고 불리는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겠다"며 첫 킬체인 공약을 제시했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제타격론을 겨냥해 '안보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기호 1번인 문재인 민주당 후보, 2번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 3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모두 '통일외교통상, 국방' 분야에서 킬체인 관련 공약을 내놨다.


킬체인이란 발사준비→발사→상승→하강으로 이어지는 적의 미사일 공격 과정에서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즉 발사 전 단계에 타격하는 체계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이른바 '3축 체계' 가운데 가장 앞선 단계의 군사적 수단이다. 다른 두 개의 축은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북 지휘부에 대한 대량응징보복(KMPR)이다.

2017년 대선은 박근혜 정부에서 북한이 세 번의 핵실험을 한 결과 북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여건에서 치러졌다. 북한은 △2006년10월9일 1차 △2009년5월25일 2차 △2013년2월12일 △2016년1월6일 △2016년9월9일 등 5차례 핵실험에 이어 2017년9월4일까지 6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2017년11월에는 북한 당국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5형 시험발사를 계기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둔 문재인 후보는 킬체인과 관련해 '북핵대응 핵심전력(KAMD·킬체인) 조기 전력화'를 공약했다. 홍준표 후보도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를 구축하는 일환으로 '감시정찰장비, 타격전력 등 킬체인 KAMD, KMPR 체계전력 최우선 보강'을 제시했다. 홍 후보는 당시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도 공약했다. 안 후보도 '전략 무기 대폭 증강, 킬 체인과 KAMD 조기 완료'를 내놨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킬체인은 KMPR과 함께 '전략적 타격체계'라는 순화된 표현으로 대체됐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유?평화?번영의 혁신적 글로벌 중추국가'를 주제로한 외교안보 글로벌 비전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24/뉴스1

윤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킬체인을 다시 언급하며 '말로 외치는 평화가 아닌 힘을 통한 평화'를 천명했다. 3축 체제 역량 강화를 위해 북한 전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정찰 능력과 초정밀·극초음속 미사일을 갖추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완전히 실패했다"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말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선거 캠페인의) 레토릭(언어적 수사)과 (집권 이후) 정책 사이의 차이는 크다"면서도 "'힘을 통한 평화'는 (정책 방향성을 예상할 만한 표현으로) 의미는 상당히 있다. 북한의 핵을 억제할 수 있는 군사적인 수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최근 윤 후보의 대북 선제타격 관련 발언을 두고 민주당이 '전쟁광'에 빗대 비난한 데 이어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시대착오적이고 위험천만한 망언"이라며 '윤석열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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