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청와대의 시간'이 다가온다[우보세]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정진우 l 2022.04.14 04:06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4.11.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이고, 국민의힘은 총력 저지에 나설 태세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국민의힘은 물론 검찰이 검수완박 입법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등 이번 사안이 가진 민감성을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수완박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것이다. 청와대 입장이 뭐가 있겠냐"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문제에 청와대가 특별한 입장을 갖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초엔 검수완박에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임기 말엔 침묵으로 돌아선 셈이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2월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 박탈과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속도조절론이 촉발됐다고 하던데 대통령 의중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받고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대통령께서 속도조절을 당부했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이를 정정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후 정치권엔 청와대발 속도조절론이 대두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에 회의적이다"란 얘기도 나왔다. 실제 문 대통령은 같은해 3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검수완박 논란에 대해 "입법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직접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곧 임기가 끝나는 문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치권과 법조계 분위기를 알면서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와 관련해 침묵한다는 건 검수완박에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확정되면 4월 국회 본회의 통과와 5월3일 마지막 국무회의 때 공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청와대는 민주당과 검수완박에 대해 어떤 의견도 나누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 위원장이 이처럼 말할 수 있는 건 결국 청와대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분위기다.

현 시점에선 청와대가 쉽게 입장을 내진 않을 것이다. 만일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다면 지난 3월9일 대선 이후 집무실 이전과 인사권 등 문제로 나타난 신·구 권력 갈등 양상이 재점화 될 수 있다. 반면 민주당에 제동을 거는 식의 입장을 낸다면 지지층 등이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다"며 침묵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언제까지 침묵할 순 없다. 최종 매듭은 결국 청와대 손에 달렸다. 5월3일 마지막 국무회의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마지막 선택이 남았다. 청와대의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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