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윤석열은 '마음의 빚' 문재인과 달라야

[the300]

박종진 l 2022.04.19 04: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2.03.28.


#"사실 우리는 노무현을 대통령이라고 생각 안 했습니다" 얼마 전 사석에서 이제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 소속 중진 인사가 털어놨다. 2004년 기억을 떠올리면서다. 당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각각 영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통 보수 정당에 비주류 출신의 노 전 대통령은 비록 국민의 선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지도자로서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오만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이어진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한다. 신생 열린우리당이 152석의 압승을 거둔다. 새천년민주당은 9석으로 소멸의 길로 갔다. 민심의 역풍이다. 영남 지역구였던 위 인사는 "무서웠다"고 했다.

#춘래불사춘이다. 정권이 바뀌고 봄날의 허니문도 있을 법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2022년 4월 패자의 승복과 승자의 관용은 안 보인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악다구니와 한동훈 법무장관으로 맞받아치는 대결만 부각된다.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는 선봉에 소위 '탄돌이'들이 있다는 점도 역설적이다. 과거 탄핵 역풍 속에 제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들이다. 우상호 의원은 "아직은 172석의 민주당이 법률 재개정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윤석열 신임 대통령에게 '쫄지마라'는 얘기다. 정청래 의원은 압도적 과반 의석을 언급하며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도 했다.

#0.73%포인트. 헌정사상 최소 차이로 제20대 대통령이 결정된 건 윤석열 당선인에게 주는 국민의 메시지다. 현 집권 세력의 정책 실패로 5년 만에 정권을 바꾸지만 그렇다고 당선인이나 국민의힘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민주당이 흥분한다. 정작 대선에 이긴 쪽은 원내대표가 조기 사퇴하는데 진 쪽은 비대위원장으로 '승진'해 사실상 임기를 연장했다. 민주당 후임 원내대표는 패장 이재명 전 대선후보 측에서 차지했다. 당 대표였던 송영길 의원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언급하며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다.

입법 독주도 재개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밀어붙이기, 언론중재법 개정안 당론 채택 등 속도전이다. 불과 지난달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독단, 독선에 고해성사를 하며 반성을 외쳤던 민주당이다. 지난해 보궐선거부터 연이은 패배도 잊은 것 같다.

#"정호영(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은 조국(전 법무부 장관)과 다르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들은 목에 핏대를 세운다. 옳다. 조 전 장관의 해명은 애초 갸우뚱했지만 정 후보자의 주장은 적어도 사실이라면 설득력도 있다. 당선인 측 논리대로 명확한 위조 등 범법 사실이 드러난 것도 없다.

그러나 두 사례가 다른 것 이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도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국민은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 운운한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전혀 다른 지도자이길 바라며 투표했다. 나라 안팎으로 위기다. 새 정권의 출범에 맞춰 국민의 가슴을 모아야 한다. 상식을 갖춘 시민의 눈높이에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시기다. 개인적으로 억울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다름'이 필요하다. 지독한 망각의 정치를 끝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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