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 두고 동상이몽…재개발·재건축은 한목소리

[the300][6·1 지선 격전지를 가다]① 동대문구청장…이필형 국민의힘 후보 vs 최동민 민주당 후보(종합)

이정현, 안채원 l 2022.05.16 16:14

이필형 국민의힘 동대문구청장 후보(좌)/최동민 더불어민주당 동대문구청장 후보/사진=이정현


서울은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승리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서울에서 승리해야 지방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특히 서울은 시장 뿐만 아니라 구청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 결과와 당의 입지가 달라진다.

동대문구는 서울의 여러 자치구 중에서도 민심을 알아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1995년 민선1기부터 2002년 6월 민선2기까지 민주당 측 인사가 구청장을 맡았다. 2002년 7월 민선3기부터 2009년 9월 민선4기까지는 국민의힘 측 인사가 구청장을 했다. 이후 내리 민주당 측 인사가 구청장을 지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동대문구에서 49.16%를 득표해 47.10%를 득표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는 현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물러나면서 반드시 새로운 인물이 필요해졌다. 이필형 국민의힘, 최동민 민주당 후보는 그간 쌓아온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동대문구에 산적한 재개발·재건축 문제,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서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을 견지한 채 선거에 임하고 있다. 이들은 살기좋은 동대문을 만들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필형 국민의힘 후보 "힘 있는 구청장, 청량리를 신촌으로"


"험지라서 왔다. 내겐 동대문에 필요한 중앙의 예산과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필형 국민의힘 동대문구청장 후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결기가 느껴졌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쾌적하게, 안전하게, 투명하게. 이 세 가지가 가장 안 돼 있는 게 동대문"이라며 "낙후돼 있는 동대문을 확 바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국정원에서 28년간 근무한 이 후보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조직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전에는 홍준표 전 의원의 캠프의 전략가로 활약했으며 여의도연구원 아젠다 위원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파견 등 다양한 경험을 갖췄다.

동대문은 국민의힘에게 손꼽히는 '험지'다. 최근 10년간 주요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이 후보는 험지기 때문에 더욱 동대문에서 출마해야겠단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정치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주민에 삶에 변화를 가지고 오는 게 정치구나 싶었고, 가장 현장에 가까운 건 구청장이구나 싶었다"며 "지역을 정할 때 주변에서 '당신은 평생을 싸워온 사람이 아닌가'라면서 험지인 동대문을 추천했다. 출마를 고민하며 동대문을 다섯 바퀴 돌았더니 뭘 고쳐야할지 다 보이더라. 그래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필형 국민의힘 동대문구청장 후보가 13일 이준석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이필형 후보 캠프

이 후보는 동대문의 최대 현안인 재개발, 재건축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후보는 "재개발, 재건축 순차적으로 하면 된다. 청량리 일대를 집중 개발하려고 한다"며 "청량리를 동북권의 광장으로 만들어 문화가 숨 쉬고 경제가 살아있는 곳으로 만들 것이다. 미주 아파트와 미주 상가가 있는 곳이 공간이 넓다. 이곳을 다시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해 청량리의 70년대 영광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량리는 그때 사람이 모이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흐르는 곳이 됐다"며 "여기 주변에 고려대, 한국외대, 경희대 등 대학이 많다. 젊은이들이 신촌에 가지 않고 이곳에서 놀 수 있도록 동북권 대학들의 놀이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량리 주변 일대 상인들의 반발은 대화로 풀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상인들도 시장 환경이 낙후돼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상인들을 만나면 구청장이 될 경우 진지한 대화를 나누자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동대문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3개월 동안 공약 실천 방안 등을 로드맵화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쟁자인 최동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비교해 정부의 적극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무엇보다 동대문에 필요한 중앙의 자금과 중앙의 인맥, 예산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밑에서 손발을 맞춰 일했던 사람인 만큼 중앙 정부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다"며 "이외에도 조직을 이끌어봤고 갈등 조정 능력과 국정 조율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일을 정말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당일 열린 이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개소식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 허은아 의원 등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 대표는 "오세훈 시장과 동대문의 발전 과제를 가장 잘 협력할 수 있는 후보는 바로 이필형 후보"라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오 시장은 "이필형 후보는 답십리 출신 토박이로 동대문 발전에 대한 열의가 높다"며 "동대문 숙원 사업인 청량리 복합환승센터 개발 등을 이필형 후보와 함께하고 싶다"고 이 후보에 힘을 보탰다.

이 후보는 당선 시 임기가 끝나면 구민들에게 '타협하지 않고 자기 길을 꿋꿋하게 간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구청장에 당선되면 다들 바로 재선 모드에 돌입한다고 하더라"라며 "저는 그게 아니라 동대문을 정말 바꿔서 이곳에 사는 아이들이 유년 시절을 좋게 기억할 수 있는 동대문을 만들도록 하겠다. 이필형 자신이 아닌 동대문만 바라보고 일한 사람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최동민 민주당 후보 "청량리역을 교통·물류의 허브로…주민자치 강화"


학생운동에 헌신하며 민주화를 외쳤던 한 사회운동가가 이제는 구청장에 도전한다. 오랜 지방자치 분야 근무 경력을 자산삼아 동대문구청장에 도전장을 낸 최동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동대문구의 작은 자치단위를 지원해 주민자치를 실질적으로 강화시키겠다고 했다.

최 후보는 지난 1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노하우와 시스템을 익혔다고 자부한다"며 "30년 동안 동대문구에 살고 있다. 동대문구에서만 이사를 4번이나 다니며 구석구석 잘 알고 있고 여러 공직사회 경험을 통해 공무원들과의 소통, 갈등관리 업무에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최 후보의 자신감은 지방자치 외길을 걸어온 그의 이력에서 나온다. 첫 사회생활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지방자치연구소에서 시작한 최 후보는 국토연구원 연구원, 참여정부 건설교통부, 국토해양부 등을 거치며 지방자치를 연구해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자리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최 후보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형식은 어느 정도 갖췄는데 제도에 비해 본질인 주민의 참여, 분권 이런 분야는 아직도 상당히 정체돼 있다"며 "동대문구에 14개 동이 있는데 주민들이 다양한 사업을 제안하고 예산을 신청하고 실제로 마을을 바꿀 수 있는 참여자치가 제대로 정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작은 조직인 주민자치회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고 지역의 많은 단체들 중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주민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담고 소통할 수 있도록 중간단계를 더 강화하겠다"며 "마을자치센터 같은 마을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중간단계 조직을 활성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 후보는 이처럼 동대문구의 지방자치 역량 강화에 힘쓰는 한편 살기좋은 동대문구를 만들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교통망 확충에도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동대문구에는 60층 내외 빌딩 10여개가 들어서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또 40~50층 규모의 오피스텔도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다.

최 후보는 "이문동 일대에도 1만 세대 이상 재개발이 진행중"이라며 "이런 사업 과정에서 안전하게 신속하게 추진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주민 간 갈등관리를 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망 확충과 관련해서도 최 후보는 "신(新) 동대문시대를 만들기 위해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하는 교통·물류의 허브를 만들겠다"며 "GTX-B, GTX-C 노선이 청량리역을 경유한다. 동남권, 여의도, 수도권을 연결하는 그물망으로 중요한 도심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처럼 기차와 경전철, 버스와 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이 지하로 연결되는 복합환승센터가 추진되고 있다"며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해서 동대문구가 교통의 사통팔달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임기 내에 이런 사업들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86세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대적 변화에도 최 후보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후보는 "동대문 미래포럼을 5년 전부터 만들어 지역 청년, 학계, 전문가들과 지역사회 현장에서 문제를 가지고 얘기해 왔다"며 "선출직에 나선 게 아니라 늘 현장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생 운동권 선배들과는 조금 다른 방면으로 실무경험을 갖췄고 지역에서 30년 동안 작은 단위에서 마을 만들기, 도서관 가꾸기 등 지역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경험이 있다"며 "그 속에서 청년, 이웃, 지역 봉사자와 함께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리더, 현장형 리더로서의 소통능력과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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