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듯 여당 아닌 여당 같은 민주당[우보세]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정진우 l 2022.05.26 08:09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공동비대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25.


문재인 정권 하 첫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2017년5월~2018년5월)를 지낸 4선 중진 우원식 의원이 최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민주당의 현재 상황을 언급하면서다. 우 의원은 지난 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 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40년 가까운 정치 인생을 돌아보면 요즘처럼 민주당이 무기력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울먹였다.

우 의원은 의원들 앞에서 "우리는 결국 무능했다"며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의 과오를 반성하자고 했다. 우 의원이 특히 지적했던 건 민주당 의원들의 자세였다고 한다. 우 의원은 "이제 민주당은 야당"이라며 더 이상 여당이 아님을 직시하고 지방선거를 준비하자고 했다.

많은 의원들이 4선 중진 의원의 한탄에 공감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열세에 놓였어도 절실함 없이 한가해보이는 당 분위기, 잊을만하면 터지는 성비위 의혹, 정권은 바뀌었지만 170석에 가까운 의석수를 무기로 여당처럼 행동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안일함 등 민주당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재선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런 당 내부 상황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였던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친 노무현, 친 문재인, 친 이재명 이런 식의 정치는 그만하자"며 "간절하게 끈질기게 밀고가는 정치적 가치, 비전, 노선은 없이 권력 주변의 자기장으로만 존재하는 정치를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치를 근본부터 돌아보자"며 "지난 5년의 민주당 정부, 지난 10여년의 친노·친문 정치, 1987체제 정치까지 다시 돌아보자"고 호소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도 민주당이 '여당'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선 패배 이후 바뀐 게 없다는 뜻이다.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하며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어야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고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면 안되는데 대선 이전과 마찬가지로 변한 게 없다.

민주당은 실제 국회에서 여전히 여당처럼 행동한다. 잘못된 정부 정책 등을 비판하며 국민 삶 속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여야 협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한다. 말로는 불공정과 불평등에 단호히 맞서고 국민의 삶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하지만 행동은 없다. 선거가 코앞인데 날렵한 야당의 모습은 안보인다. 게다가 아직도 팬덤에 의존하는 맹목적 지지에 갇혀 있는 분위기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적한대로 민주당은 어쩌면 대중보다 팬덤을 중시하는 선거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게 아닐까.

민주당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따뜻한 아랫목만 찾는 여당 마인드를 빨리 버려야한다. 정부 정책이 놓치는 부분을 날카롭게 파고들어야하고, 국민의힘이 소홀히 하는 민생문제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상식을 지켜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여당인 듯 여당처럼 행동하는 민주당, 미안하지만 이제 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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