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시신 소각 59시간 뒤…강경화 첫 발언은 "표류"

[the300]

김지훈 l 2022.06.29 15:47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재임 시절에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살해·소각당한 때부터 적어도 59시간은넘긴 시점에서 '월북'이 아닌 '표류'를 정부 입장으로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가 사건 초기부터 청와대·군 당국으로부터 정보를 제대로 공유받지 못한 근거이거나, 아니면 당시 강 장관이 일종의 '양심 발언'을 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29일 미국 비영리 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국 시간 기준 2020년 9월 25일 오전 당시 강 장관은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화상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및 팬데믹이 한국 외교의 글로벌 환경에 미친 영향'이라는 주제로 연설·대담을 진행했다.

여기에서 강 장관은 "이번 주 초 서해에서 북쪽으로 표류(drifted)한 남한 어업 관리의 사체를 (북한의) 해군이 사살하고 불태웠다"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처음 내놓은 반응에 해당한다.

세미나는 한국 시각을 기준으로 2020년 9월 25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됐는데. 우리 군 당국이 고인에 대한 북측의 시신 소각을 포착한 2020년 9월 22일 밤 10시부터 59시간이 지난 때다. 또 이미 군 당국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시신 소각'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월북 추정'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2020년9월25일 오전(한국시각)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참석한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화상 세미나 관련 게시물. /사진=아시아소사이어티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국민의힘에 따르면 강 장관은 9월 23일 오전 1시, 오전 10시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청와대, 관계부처 장관회의에 소집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정보 공유에서 배제됐다.

2020년 9월 21일 낮 12시51분 해경의 실종 신고 접수부터 북측의 총격(9월22일 밤 9시40분)까지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에 정식으로 구조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측은 외교부가 정보공유에 소외되면서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표류라는 표현을 쓰고 그리고 어떻게 표류하게 됐는지 확인해야 될 문제라고 했는데 이건 당시에 청와대 결론과 아주 다르다"라며 "청와대 결론은 월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해서 24일 오후 국방부를 통해 발표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강 장관은 청와대에서 합의한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동의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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