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옥' 기준도 70개 넘는데…'국민 시대' 뭘까

김지훈 l 2022.08.31 04:30
[서울=뉴시스] 보그코리아 패션 화보 '청와대 그리고 패션!' (사진 출처=보그코리아 인스타그램) 2022.08.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021년7월자 '서울시 한옥비용지원 심의기준 공고'에는 최대1억5000만원이 주어지는 한옥 건축비 지원 자격을 갖추기 위한 체크리스트로 70개 넘는 항목이 열거돼 있다. 기와, 창호, 창틀, 대문, 중문, 용마루 등 기준이다. 이를 두고 건축 업계 일각에서는 "시대, 지역적 상황에 맞춰 우리 조상들이 다양하게 지어 왔던 한옥을 관(官)이 획일적으로 통일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초가집도 한옥" "한국인이 살면 한옥"이라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해체하면 지원 대상을 특정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옥의 난제'를 떠올린 것은 문화재청·보그코리아의 '한복 화보' 속 옷차림 논란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성(性)별 한복 착용 규정 삭제, 남녀한복 교차 착용도 무료입장' 보도자료(2019년6월)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상의(저고리)와 하의(치마·바지)를 기본으로 하며, 반드시 상·하의를 갖춰 입어야 한다". 얼핏 드레스처럼도 보이는 화보 속 모델의 옷을 시민이 입고 고궁에 간다면 저고리, 치마(바지)라는 판정을 받아야 무료 입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한복 장인은 논란의 화보를 겨냥해 "꽃신만 신으면 한복이냐"고 비판했다.

다만 '한복 최저 기준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지, 앞으로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고궁 무료입장 보도자료 배경인 '성별 구분·역할론 논란'까지 불거질 만큼 가치관이 다양화되고 있는 시대임을 감안하면 그렇다.

어쩌면 '국민 시대'를 규정하는 일은 한옥 보조금·고궁 무료 입장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 복잡한 문제일 수도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진정한 국민 시대'가 왔다며 화보 비판론에 반대하는 한편 '보훈메모리얼파크(가칭)' 조성과 '국민 시대'를 연결지었다. 용산 공원에 추모공간을 지어 용산 대통령 시대 화룡정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해당 계획은 한옥 보조금·고궁 무료입장 기준보다 구체화되지 않았다. 호국 영령의 추모 공간이 확충돼야 한다는 점에 반대할 국민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 녹지와의 조화, 교통 대책 등 계획을 마련하면서 국민과 차근차근 곰감대를 쌓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관제 국민시대' 논란을 종식시키려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불러온 '속전속결 논란'까지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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