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한일회담? 대통령실 "우리는 약속 지켰다…日에 문의할 것"

[the300]

뉴욕(미국)=박종진 l 2022.09.22 16:14
[뉴욕=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2.09.22.


대통령실이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가운데 사전공지 없이 미국 뉴욕에서 전격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뒷말이 나오자 "우리는 약속을 지켰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민감한 사안이었던 만큼 사전에 비공개하기로 양측이 합의했고 우리나라는 이를 지켰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일본이 약속을 어기고 자국 언론 등에 사전 공개를 했다는 의혹에는 "문의를 해보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2일 새벽(현지시각) 미국 뉴욕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일 정상회담 개최 배경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일 회담은 전례에 따르면 동시 발표가 일종의 관례였다"며 "그것이 어떤 시점에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에 대해서 양측 간에 조금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흔쾌히 합의했다"며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공개하면서 빚어진 일본 측의 반발에 대해 일정 정도 우리 측의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09.22.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합의한 것은 회담하기까지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그 약속을 지켰다, 이렇게 말씀드린다. 사전에 기자단 여러분께 공지 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실은 이날 한일 약식 정상회담이 시작된지 2분만인 낮 12시25분쯤 회담 개최 사실을 순방 기자단에게 알렸다. 하지만 회담 장소 건물 앞에는 이미 일본 취재진이 와 있었고 이 때문에 한국만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관계자는 "(회담 장소였던 건물에) 기시다 총리 주최의 CTBT(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 기자들이 현장에 있다가 알게 된 것 같다"면서도 "일본과 사전에 합의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자리에서 일본 측을 비난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저희는 합의한 약속을 지켰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측의 약속 파기 가능성에 "일본에 문의를 해볼 생각"이라며 "어떤 경위를 통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었는지에 대해서 문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30분간 진행된 정상회담이 '약식'으로 치러진 것에는 "바이든 대통령 일정이 변경되면서 모든 양자 일정이 다 헝크러졌다. 미일 정상회담부터 해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은 나라가 얼마나 많겠나"라며 "그게 다 어그러지면서 연쇄 파상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한일 회담도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잡히다보니 약식 회담의 형식을 띄게 됐다"고 밝혔다.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내 정치 일정 등을 이유로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시작된 21일 뉴욕이 아닌 워싱턴에 머물렀고 이 때문에 각국의 양자회담이 일제히 영향을 받았다.

[뉴욕=뉴시스] 홍효식 기자 = 기시오 후미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연설하기 위해 연단을 오르고 있다. 2022.09.22.


한편 우리 대통령실은 약식이긴 해도 이번 한일 정상의 만남을 '회담'으로 표현한 것에 반해 일본은 '간담'으로 표현한 것에는 일본 측의 조심스러움을 그 이유로 추측했다.

이 관계자는 "제 추측으로는 여러 가지로 일본의 조심스러움, 현재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는 일본도 공감하고 있지만 그것을 다뤄나가는 과정이 기대 수준을 낮춰가는, 돌다리도 두들겨 가는 일본의 입장이 그런 식으로 투영된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본다"고 말했다.

이는 한일 관계 개선에 최대 걸림돌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를 둘러싼 일본 측의 민감한 반응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사과' 수용 여부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낮은 지지율의 기시다 총리가 일본 보수층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운신의 폭이 좁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