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 논란' 진상조사 요구한 尹대통령…여야 갈등 격화 불가피

[the300]'동맹 훼손' 거론, 사과보다 진상 규명 먼저 명분 내세워…진상 조사, 갈등 불씨 될수도

박소연 l 2022.09.26 17:28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순방 기간 발생한 비속어 논란에 "사실과 다른 보도"라며 정면 반박했다. 야권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을 기정 사실화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외교라인 교체를 요구하는 가운데, 발언 당사자가 직접 해당 발언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맞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가 동맹을 폄훼했다는 인식에서 정면돌파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에 야당이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여야간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尹대통령, '비속어 논란' 부인…"동맹 훼손, 진상 밝혀져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이번 순방 과정에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행사장을 나가면서 말씀하신 발언 논란이 됐는데 입장이 무엇인가'란 취재진의 질문에 "논란이라기보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겠다"며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논란을 의식해 도어스테핑(약식 회담)을 피할 것이란 일각의 관측과 상반되는 정면돌파였다.

윤 대통령은 "자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에는 동맹이 필수적이다. 근데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이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즉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국회(미국 의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대통령실이 "(한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란 의미라고 밝힌 것을 재확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이 발언의 의미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왜곡 보도된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실상 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잘못된 보도로 동맹이 훼손됐고 이는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야권이 요구하는 사과보다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발언 '진실게임'은 계속…여야, 공세 강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다만 윤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놓고 여야간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상황에도 발언이 실제 어떤 의미였는지를 직접 풀이하진 않았다.

현재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여야간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는 상황이다. 여권 지도부와 당권 주자들은 대통령실의 해명을 인정하며 MBC와 야당을 공격하는 반면 여권 일부 초선 의원들은 대통령실이 인정한 '이 XX' 발언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발언의 의미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일부 언론과 야권에 책임을 돌림으로써 여야 공방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이번 순방 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걸로 판단된다"며 "항의 방문, 경위 해명 요구 등 여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입장에 반발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협박 정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 도전"이라며 "스스로 논란이 된 발언을 솔직히 해명하고 국민께 사과부터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가 없을 경우 27일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발의하겠단 입장이다.


진상조사 어떻게…갈등의 불씨 되나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이 주문한 '진상 조사'는 여야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사안의 성격상 여권이 법적 대응이나 검찰 수사에 나서기 어려운 데다 자칫 언론탄압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어서다.

대통령실은 당장 진상조사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나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상황, 여건이 녹록치 않다"며 "여당 등에서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여권이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에는 "꼭 주체를 정하기보다 특정 단어가 임의대로 특정되는 일이 왜 벌어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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