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정치'를 '정치'로 풀어라

김익태 l 2022.09.30 09:03
폭등하는 환율, 치솟는 금리로 국민은 아우성인데, 대책 마련을 위해 정치권이 진지하게 머리 맞대는 걸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말로만 민생 국정감사를 외칠 뿐 행태는 대선의 연장선, 정쟁의 장이 될 게 자명하다. 일찌감치 '김건희 국감' '이재명·문재인 국감' 분위기를 조성하던 차에 순방 중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놓고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야당은 끝내 박진 외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전운은 순방을 앞두고 이미 감돌았다. 야당은 무리하게 김건희 여사 동행부터 문제 삼았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순방 출국 전부터 윤 대통령의 외교 활동에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려는 야당의 공세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어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 실패를 두고 '외교 참사', 뉴욕 유엔총회에서 벌어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회동을 '굴욕 외교' '빈손 외교'로 공격이 이어졌고, 그러던 차에 설상가상 문제의 윤 대통령 발언이 불거졌다.

이번 순방에서 벌어진 논란과 관련해 짚어봐야 할 것은 대통령, 대통령실과 여당의 대응, 야당의 대응, 언론의 취재 윤리다. 밖에 나가 국익을 위해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통령에게 당파적 이익에 사로잡혀 행해지는 과도한 공격. 미국, 영국 당사국은 개의치 않고 다 잘 된 일이라 하는데 '외교 참사'를 고집하며 스스로 폄훼 한다. 나아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행해졌던 당시 야당은 어땠냐고 반문한다. 악순환의 반복을 끊기 위해서라도 여야 누가 집권하든 역지사지의 자세로 풀어야 할 문제다. 불분명한 부분을 취재원 확인 절차 없이 기사화했고, 나아가 보도 전 외부 유출 의혹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당의 대응이다. 이 사안이 이렇게 확대돼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 일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판단은 국민이 하게 돼 있다. 문제는 책임 추궁에 있어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당에 묻는 잣대의 무게가 다른 두 주체보다 더 무겁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무한 책임, 국정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초 벌어졌던 '광우병 사태' 트라우마를 언급한다. 당시 집권 세력은 실책에 비해 과도한 공격을 받고 휘청거렸다. 공교롭게도 이번 논란과 당시 중심에 특정 언론이 서 있다. 광우병 사태는 어떤 사안이 벌어졌을 때 초기 민심을 예민하게 살피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 단호한 대응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다른 한 축으론 민심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불분명한 발언에 대한 해석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가짜 뉴스" "진상 규명" 대통령실의 입장은 정해졌다. 불분명한데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확전 일로, 지지층만 바라보며 사생결단 공방만 벌어질 게 뻔하다. 꼬일 대로 꼬인 정국, 퇴로가 보이지 않는다.

'334 법칙'이 있다. 보수든 진보든 지지층 30%로 똘똘 뭉쳐있다. 결국 40% 중도층이 정치 운명을 좌우하는데, 중도층은 선거 때만 정치를 바라보는 속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거대 양당은 3만 잡으면 된다고 보고 치킨 게임을 벌인다. 좋은 말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낸 정치를 한다. 선거가 다가오면 외연 확장, 4가 필요하니 변하는 척 시늉만 낸다. 선거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회귀하는 행태를 반복한다. 최근에는 반으로 쪼개져 '중도 지향적'이란 말도 쇠퇴하고 있다. 좌우로 나뉜 언론은 이 같은 구도를 더욱 강화 시킨다.

정치가 죽었다. 3을 갖고 하는데 정치가 살아날 여지가 없다. 양쪽 3은 서로 삿대질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4는 '여든 야든 다 똑같다. 나라가 걱정'이라며 한숨만 쉰다. 정치는 협상과 타협이고 갈등 조정이다. 이를 통해 공동체 통합을 넘어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달러화 폭주, 이자 부담, 집값 하락, 실물 경기 침체…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빠져들고 있다. 민생이 신음하고 있다. '정치'를 '정치'로 풀지 못하면 결과는 참담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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