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만원짜리 화장품이 단돈 '3.9만원'…軍 PX 가격의 비밀(?)

[the300]

김지훈 l 2022.10.04 10:30
국군복지단이 운영하는 군 PX의 화장품 가격이 예사롭지 않은 저가에 책정되고 있다. 일부 제품은 홈페이지나 쿠팡에 올라온 가격 대비 25분의 1까지 저렴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과 같은 엄중한 시국에서 연일 국방에 헌신 중인 군 장병들이 민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피부 미용'을 챙기는 '복지'를 누리고 있는 것인지 주목된다.

다만 PX에서 팔리는 화장품값이 민간에서는 수십 배 높게 책정된 것은 군납 제품 선정 기준과 관계돼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군납 제품 선정시 국군복지단이 적용하는 심사 기준인 '할인율'을 업체들이 의식한 결과 아니겠냐는 논리다.

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군 PX에 접근할 수 있는 인사들을 통해 취재한 결과 화장품 브랜드 벨라의 넥크림프레스티지 에이지 컬러 50ml는 벨라 홈페이지에 4만5000원으로 가격이 기재됐으나 PX에서는 7600원에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벨라 홈페이지는 '19만'이라는 숫자에 취소선을 그은 상태로 홈페이지에 해당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PX 판매가는 취소선에 기입된 숫자의 25분의1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군 PX에 진열된 벨라 넥크림 프레스티지 에이지 킬러. /사진=독자 제보


본에스티스의 리페어 퍼펙트 컬렉션은 본에스티스 홈페이지에 56만5000원으로 공개됐는데 PX 가격은 3만9800원으로 나타났다. PX 판매가가 본에스티스 홈페이지 가격 대비 약 14분의 1이다. 그런데 쿠팡에서는 같은 제품에 100만원을 책정한 뒤 '32% 할인' 표시를 붙여 67만4720원에 판매 상품으로 등록한 경우도 있다. PX 판매가를 할인율이 미적용된 쿠팡 가격에 대입하면 이 역시 25분의1에 팔리는 셈이다.

이와 관련 본에스티스는 "쿠팡에 제품을 100만원에 올린 업체는 우리와 무관한 곳"이라며 "100만원이라는 가격은 우리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밝혔다.

본에스티스의 리페어 퍼펙트 컬렉션. /사진=본에스티스 홈페이지 캡처



본에스티스의 리페어 퍼펙트 컬렉션. /사진=김지훈 기자 lhshy@


본지가 군 PX에 출입 가능한 관계자가 들고온 본에스티스의 리페어 퍼펙트 컬렉션 실물을 살펴본 결과 해당 제품은 포장박스 안에 미백 모습크림 50g, 에센스 45ml 제품 2종으로 구성돼 홈페이지에 소개된 구성과 차이가 없었다.


군 PX에 진열된 엘렌실라 프리스티지 마이크로 바이오 에멀전. /사진=독자 제공


이 밖에도 엘넨실라의 홈페이지 가격 기준 9만원 짜리 프리스티지마이크로 바이오에멀전은 PX에서 8300원에 책정됐다.

군납 과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올해 6월 국군복지단이 '시중 교란 및 과열 경쟁품'이란 명목으로 일부 업체들에 위약금과 납품 중단 해약을 통보했지만 시중가와 PX가격이 큰 편차를 보이는 현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군납 제품 선정 시 할인율이 차지하는 배점은 올해 1월 기준 40% 선으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이른바 PX 기획상품 논란과 관련한 본지의 질의에 "확인한 이후 답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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