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에 통화에…尹대통령, '외교참사' 비난 속 한·미·일 공조 박차

[the300]

박종진 l 2022.10.06 19:28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10.06.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는 등 한미일 정상 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갔다. 최근 순방에서 짧은 한미 회동과 약식 한일정상회담 등을 둘러싸고 야권의 '외교참사' 공격이 계속됐지만 이를 일축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6일 오후 5시35분부터 약 25분간 기시다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낮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보름 만에 정상 간 직접 대화가 이뤄졌다.

이번 통화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긴장감이 높아진 일본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4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 5년 만에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지자 당일 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역시 25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논의했다.

이날 한일 정상 간 통화에서도 대북 대응이 주요 주제였다. 연이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심각하고 중대한 도발 행위로서 강력히 규탄", "엄정하게 대응" 등의 표현이 공유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에 양 정상이 인식을 함께 했다. 도발에 강력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도 재차 부각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열린 약식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2.9.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연스레 한일관계 개선 논의도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또 한번 다뤄졌다. 한일 양국이 북핵은 물론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는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이 지난달 뉴욕에서 2년9개월 만에 얼굴을 맞대고 정상회담을 성사한 이후 관계 정상화에 물꼬가 터졌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통화와 관련해 "양국관계에 긍정적 흐름이 있음을 평가하는 한편 관련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긍정적 흐름'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기시다 총리의 국회 연설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국회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을 기시다 총리가 했다"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3일 중·참 양원 본회의에서 "수교 이래 구축해 온 우호 협력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으며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에 이어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접촉면을 늘려감에 따라 윤 대통령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상도 탄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관계 개선을 위한 선결과제도 해법 마련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달 정상회담을 마치고 대통령실은 "양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는 동시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고 이날 통화 결과에서도 다시 한번 "양 정상은 다양한 현안에 대해 수시로 격의 없이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며 해결 가능성을 열어놨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김은혜 홍보수석이 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한미동맹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담긴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0.05.

한편 윤 대통령의 잇따른 한미일 정상과 소통 행보 덕에 외교 성과를 의심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전날 대통령실은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본인의 서명이 담긴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친서에서 인플레 감축법(IRA)에 대한 윤 대통령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한미 간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는 양 정상이 지난 런던과 뉴욕에서 여러 차례 만나서 인플레 감축법과 관련해 협의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며 "앞으로 윤 대통령에게 한국 기업에 대한 배려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 한일 양국 간에 핵심 현안이었던 IRA 문제와 관계 정상화 이슈에 대해 진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향후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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