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다음은 소주"...술로 통한 尹-기시다, 걸어온 길은 달랐다

[the300]

유승목 l 2023.03.17 15:24
(로이터=뉴스1) 송원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2023.3.1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찾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12년 만에 한일 셔틀외교를 재개하면서 그간 정체돼 있던 한일 관계에 물꼬를 튼 가운데 양국 정상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린다.

애주가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정상이지만 걸어온 길은 달랐다.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정계에 몸을 담았던 기시다 총리와 달리 윤 대통령은 법조인 외길을 걷다 국회의원 경력 없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애주가'끼리 通한 '한일 우호의 맛'


[도쿄=뉴시스] 전신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2023.03.16.

17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전날(16일) 김건희 여사, 기시다 유코 여사와 함께한 만찬 후 따로 자리를 옮겨 친교를 가졌다. 두 정상은 일본 맥주를 마시다가 화합의 취지로 한국 소주도 곁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직장인들이 흔히 마시는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이를 두고 '한일 우호의 맛'이란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경색돼 있던 한일관계와 사뭇 다른 친근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애주가인 두 정상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대작이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애주가다. 검사 시절부터 소맥 등을 즐겨 마신 것으로 유명하다. 대선주자일 당시엔 예능프로그램에서 "양장피에는 소주, 막걸리에는 전, 소맥에는 치킨"이라는 안주 신념을 밝히며 주당의 면모를 보인 적도 있다.

기시다 총리도 일본 정계에서 대주가로 알려져 있다. 술을 못 마시면 '기시다 파'가 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기시다 총리가 외무상으로 있을 당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보드카로 주량을 겨루며 회담을 이어갔다는 일화도 있다. 지난해 여름휴가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평전과 함께 와인의 역사와 지역별 와인을 소개하는 책을 갖고 가기도 했다.



'국민 검사' 윤석열 vs '정치 베테랑' 기시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정상까지 올라온 길에선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기시다 총리가 반평생 정치인으로 활동한 정치 베테랑인 반면 윤 대통령은 '0선' 대통령이란 점에서다.

기시다 총리는 앞선 다수의 일본 총리들처럼 유명 정치인 집안에서 일찌감치 정치 교육을 받았다.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1993년 가문의 지역구인 히로시마에 출마해 처음 중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내리 10선을 하며 주요 계파를 이끄는 일본 자민당 실력자로 부상했고 외무상, 법무상, 방위상 등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치며 거물급 정치인이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을 벌인 인물이 당시 외무상을 지냈던 기시다 총리였다.

반면 윤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9수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후 검사·변호사 등 법조인 외길을 걸었다. 2016년 이른바 '최순실 특검'팀에 합류해 이름을 알렸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2019년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이후 이른바 '조국 사태' 수사로 정부가 대립각을 세웠고 보수진영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며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2021년 국민의힘에 입당해 치른 대통령 선거가 첫 공직선거다. 정치경력만 놓고 보면 3년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정상이 되는 과정도 달랐다. 기시다 총리는 내각총리대신으로 선출되기 위해 자민당 총재에 도전하면서 고노 다로 당시 행정개혁담당상에게 국민 여론조사가 크게 밀렸지만 탄탄한 당내 세력을 앞세워 당선됐다. 이와 달리 윤 대통령은 별다른 정치적 기반이 없었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당내 경선과 대선을 승리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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