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號 열흘' 당정일체 완수..."연포당은 언제 끓을까"

[the300]

유승목 l 2023.03.18 07:16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3.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열흘이 지나며 차츰 김 대표의 색깔이 드러나고 있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에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를 대거 기용하며 거듭 강조해온 당정일체 지도부를 사실상 완성했다.

한편 김 대표가 약속했던 이른바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당권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은 물론 새롭게 경쟁을 펼치게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만나는 등 당 안팎으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아직 드러나지 않아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신임 대표로 선출된 이후 열흘 간 새 지도부 구성에 집중했다. 친윤을 키워드 삼아 주요 당직인선을 마치며 조직을 정비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을 조직과 예산을 관리하고 내년 총선 공천 실무에도 관여하는 사무총장에 임명했고, 이 사무총장을 보좌할 전략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는 친윤 박성민·배현진 의원을 발탁했다. 수석대변인에 유상범·강민국 의원을 임명하는 등 대변인단도 친윤 색채가 짙다. 정책위의장, 여의도연구원장 등 굵직한 당직 인선이 남아 있지만 당정 결속엔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

신임 당직자들도 한 목소리로 당정일체를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전날(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이번 지도부는 반드시 총선 압승해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뤄내 윤석열 정부가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라며 "당원 모두가 소통하고 화합해 내년 총선승리 이룰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민수(왼쪽부터) 대변인, 김예령 대변인, 구자근 비서실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이철규 사무총장, 김 대표, 강대식 최고위원, 강민국 수석대변인, 유상범 수석대변인, 윤희석 대변인. 2023.03.16.

새 지도부 구상을 어느정도 마친 김 대표는 연포탕 행보를 시작했다. 우선 지난 13~14일에 걸쳐 전당대회에서 낙선한 안철수 의원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15일에는 취임 인사 차원에서 이재명 대표를 만나러 국회 민주당 대표 회의실을 찾았고 오후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친윤일색 지도부라는 지적을 걷어낼 만큼 연포탕이 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낙선 후보들과의 거리감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김 대표와 미소를 띤 모습으로 회동을 가졌지만 정작 김 대표가 제안한 과학기술특위 위원장 자리는 고사했다. 안 의원은 "쉬고 싶다"는 이유로 완곡히 거절하면서도 "내년 총선은 민심 100%"라는 뼈 있는 말까지 던지기도 했다. 안 의원은 현재 전국 곳곳을 도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황 전 대표 역시 온전한 통합을 이루지는 못한 모양새다. 김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한 황 전 대표는 "적극 돕겠다"라고 밝혔지만 김 대표를 향한 '대여투쟁' 기류는 여전하다. 황 전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대한 비판글을 적는 등 정부정책을 적극 지지하면서도 전당대회 투표 조작·부정선거 의문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

전당대회 3위로 낙선한 친이(이준석)계 천하람 변호사와는 회동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김기현 지도부 최고위원들이 한 목소리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가는 것에 천 변호사 측이 반발하면서다. 천 변호사가 이 전 대표와 공동전선을 이어가기로 예고한 상황에서 새 지도부 수장인 김 대표를 만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천 변호사 측 관계자는 "앞으로도 두 사람(천하람·이준석)이 각종 현안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하우스 카페에서 회동,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3.13.

민생 정책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대야(野) 전선 확대를 통해 내년 총선 대비를 시작해야 하는 김 대표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과반 지지율(52.93%)을 거뒀지만 안 의원(23.37%)과 천 변호사(14.98%)에게도 40%에 가까운 당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당직 인선에서 친유(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강대식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발탁하며 탕평을 강조했지만 연포탕 구색을 맞추려면 비윤계를 더 끌어안을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을 들어 김 대표 지도부에 대한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뚜껑을) 열고 보니까 연포탕 안에 낙지가 없었다 뭐 이런 얘기가 대체적이고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직 인선에 대해 "솔직히 연포탕으로 보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야권에서도 비판에 목소리가 나온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연대와 포용탕이 아니고 '연대, 포기탕'이었다"라며 "전당대회가 끝나면 낙선자들, 패배자들에 대한 포용과 화해 제스처들이 나오는데 이렇게 낙선 후보에 대한 배려가 없는 때가 있었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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