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넘버2' 박광온, 그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the300]

김성은, 오문영 l 2023.05.01 07:13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가운데)가 이재명 대표(왼쪽), 박홍근 전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4.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투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당규 제 4호 당직선출규정 제 68조에 의거해 기호 4번 박광온 후보가 재적의원 과반을 득표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당선됐음을 선포합니다."

지난 28일 오전 변재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이같이 발표하자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246호 내에 있던 의원들 사이에서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4명의 후보가 출마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 투표에서 단번에 과반의 표를 얻어 박광온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순간이다.


박광온은 누구인가?


= (수원=뉴스1)박지혜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수원정 박광온 후보가 3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14.7.30/뉴스1

박 원내대표는 1984년 MBC에 입사해 뉴스데스크 앵커와 '뉴스의 꽃'이라 불리는 보도국장을 지낸 기자 출신 의원이다. 기자시절 청와대 출입기자, 도쿄특파원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만큼 회사에 계속 머물렀다면 더 높은 자리까지 오를 가능성도 충분했다.

상승 가도를 달렸던 그가 회사에 돌연 사표를 내게 된 것은 이명박 정권에서 통과된 일명 '미디어법' 영향이 컸다. 당시 보도국장으로서 법에 반대하는 보도 투쟁을 주도했고 법안이 날치기 처리되자 결국 항의의 표시로 자리에서 물러나 2011년 회사를 떠났다.

28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 것은 정계 입문 계기로 이어졌다. 2012년 제 18대 대통령선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정계에 그의 이름이 확실히 각인된 것은 불과 2년 뒤인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다. 당시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중 수도권에서 당선된 것은 박 원내대표가 유일했다. 게다가 정치신인이 3선이자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의 딸의 '랜선효도'도 크게 화제됐었다. 박 원내대표의 딸이 당시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만들고 유명세가 없던 아버지 홍보에 직접 나선 것이다. 당시 박 원내대표의 딸은 '오로지 머리가 크고 못생겨서 유명해지지 못한'이라거나 '살아 움직이는 도덕 교과서 같은 사람' 등 부친에 대해 재치있는 트윗을 남겨 온·오프라인에서 주목받았다.

선거를 마친 뒤에는 "아버지가 저희 이야기에 늘 귀기울여 주셨듯 영통구민 한 분 한 분의 말씀을 소중히 여기고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국회의원이 되시기를 바란다"는 트윗을 남기고 홍보 활동을 접었다.


어떻게 원내대표가 됐나?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박광온(수원정) 후보와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6.4.6/뉴스1


'유명해지지 못했던' 박 원내대표는 국회 입성 후 어느덧 3선 의원이 됐다. 그리고 당 서열 2위, 여야 협상을 주도하고 입법과 예산문제를 주무르는 원내대표의 자리까지 올랐다. 박 원내대표 당선 이후 그가 당선된 이유에 대해 의원들을 포함한 민주당 내 관계자들은 '통합의 필요성' '신뢰감 가는 태도' '책임감 있는 자세' 등을 꼽았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 스스로 '소통과 균형'이라 들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당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있다"며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민주당에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자면 '소통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당운영이나 또 여러가지 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들을 갖고 계신 의원님들이 많이 계신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다수 인터뷰에서 이같은 강점을 활용해 당을 통합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당에 통합이 필요했던 절체절명의 시기, 지도부는 박 원내대표를 찾았다.

2012년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 2014년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통합·신당 창당 결의 당시 박 원내대표는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안철수 의원, 김한길 전 당 대표 모두로부터 신임받았단 뜻이다. 뿐만 아니다. 2016년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도 수석대변인에 임명돼 다른 지도부 의원들과 함께 당 통합의 의무를 분담했다.

박 원내대표가 과거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비노무현계)의 지지를 폭넓게 받았다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과 '비명'(비이재명계)의 마음을 두루 산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갈등이 잦아들었다곤 하나 지난 2월 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후 친명과 비명계 의원들간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당내 통합 목소리가 절실히 요구됐다.

박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을 지냈단 측면에서 '친문', 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단 측면에서 '친낙'(친이낙연계) 인사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그를 아는 다수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에 대해 "계파색이 짙은 편은 아니다"라며 "온건하고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 지도부 체제에서 박 원내대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며 "박 원내대표를 통해 지도부가 균형감각을 갖춘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당연히 유리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중도확장에 대한 욕구가 컸다"며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 그리고 그 옆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누군가 있어야 중도확장을 할 수 있을텐데 그 인물로 박광온으로 거의 합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뢰감 있는 그의 태도 역시 다수의 표를 얻는데 결정적이었단 평가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말과 행동, 태도와 모습에서 신뢰가 가는 인물이란 점이 결정적"이라며 "중도층 표가 확실히 쏠렸을 것이라 생각되고 새 원내대표의 이같은 안정감이 국민들에게도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당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의 정중한 태도는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악수를 건네는 것은 물론 상임위원회 회의 장소에서 가서도 가급적 많은 보좌관들에게 먼저 인사하려 한다.

원내대표 당선 직후, 당선 축하를 받고 당선 인사를 하기 위해 앞에 나간 자리에서도 그는 현장에 있던 많은 의원들 한명 한명에게 감사의 뜻으로 눈길을 보내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를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서도 그의 성향이 드러난다. 선거 전에 임박해 하루에 10명에 가까운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는 후보들이 있는 반면 박 원내대표는 하루에 2~3명의 의원들을 만나는데 그쳤다. 그만큼 경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단 뜻이다. 선거를 앞두고 눈에 띄게 체중이 감량했는데 2~3개월 간 몸무게가 4~5kg 가량 줄었다.

끝으로 책임감 있는 자세 역시 그를 원내사령탑 자리로 이끌었단 분석도 나온다. 2020년 말 박 원내대표가 당 내에서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었지만 당 사무총장에 임명된 지 약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은 때여서 스스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전략들을 내놓을 것인가?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1대 국회 법안 접수가 시작된 1일 오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호 법안 '사회적 가치법'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들어서고 있다. 2020.6.1/뉴스1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원내 사령탑' 박광온 원내대표에 거는 기대들이 크다. 당장 관심 쏠린 현안은 '돈봉투 의혹'을 포함해 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털어내고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에서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리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하는 일이란 믿음을 갖는다"고 말했다. 또 "정견발표 때 말씀드린 것처럼 의원총회를 최대한 빨리 열어 이 문제 관련 지혜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밤을 새워서라도 의원님 한 분 한 분 의견을 다 듣고 존중하고 총의를 모으는 길을 가고 국민들께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다수석에 기대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의 거부권이 제안·행사되는 등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 속 민주당이 정부, 여당과 어떻게 협치해 나갈지도 숙제다. 박 원내대표는 당장 대선 공통 공약 가운데 약 130여개 법안이 계류중임을 들어 이 부분부터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노력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복원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며 "국가의 장래와 관련된 과제는 언제든지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총선을 약 1년 앞둔 상황에서 당 지지율 관리는 그의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질 과제다. 결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민생 입법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중요한 열쇠다.

박 원내대표가 그간 추진해온 법안, 이른바 '박광온법'을 살펴보면 방향성이 예측 가능하다.

만 8세까지 매월 일정액이 지급되는 아동수당제, 기존 청년에 맞춰져 있던 지원을 취업준비생은 물론, 경력단절 여성,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등에까지 확대한 국민취업지원제, 난임치료휴가제 등이 모두 박 원내대표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입법 결과다.

이외에도 육아휴직 급여 인상, 남성 육아참여 지원 확대, 자녀의료비 인하, 산모 1인실 입원비 건강보험 적용, 직장 어린이집 지원 확대,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설립, 경력보유여성 재취업 지원 확대 등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들을 냈다.

이에 비춰보면 민주당은 향후 여성, 청년, 저소득층, 육아 등에 초점을 맞춰 입법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박 원내대표는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전통적으로 청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로 성장한 정당"이라며 "최근에는 새로운 미래세대를 지지기반으로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청년보장제처럼 국가적 차원의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일자리"라며 "대기업들을 만나 신규채용을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또 "다음은 주거복지 개념을 정책에 도입해야 한다"며 "청년주거 급여 확대, 주거상향 지원 사업 대폭 확대, 여성 1인가구 안전 대책, 신혼부부를 위한 20년 장기전세 주택 등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해야 사회가 안정된다"고 했다.

아울러 "공정하고 정의로운 조세제도가 중요하다"며 "자산불평등이 양극화의 결정적 원인이다. 부자감세를 철회시키고 초고소득층에 대한 공평과세를 정상화해 그 세금을 청년의 주거불평등 해소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약력
△1957년 전남 해남 출생 △고려대 사회학 학사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MBC 도쿄 특파원, 앵커, 보도국 통일외교부장, 정치국제에디터, 논설위원, 보도국장 △제18대 대통령 선거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민주당 홍보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부대표 △민주당 문재인 당대표 비서실장 △민주당 수석대변인 △민주당 최고위원 △19·20·21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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