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젠 '1원 코인'도 신고...신뢰 잃고 뒤늦게 법 고친 국회

[the300]

김성은 l 2023.05.26 07:33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재산 신고·공개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3.5.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 보유 현황 공개를 의무화한 일명 '김남국 방지법'이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했다. 수 년간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잠자던 관련 법안이 김남국 의원(무소속)의 코인 투자 논란을 빚은 후에야 일사천리로 처리된 것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재석 268인 중 268표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국회법 개정안도 재석 269인 중 269표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두 법안 모두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 신고를 의무화했단 점에서 '김남국 방지법'이라 불린다.

국회는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이 커진 뒤 부랴부랴 해당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관련법을 심사하고 의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 국가 정무직 공무원, 지자체 정무직 공무원, 4급 이상 공직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모두 신고토록 한 내용이다.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되므로 실제 적용 시점은 오는 12월로 예상된다.

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서는 가치가 유동적인 가상자산의 특성을 반영, 단돈 1원어치의 가상자산이라도 신고토록했다. 또 등록범위도 의원 본인 뿐 아니라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둬 이해충돌 사례를 방지코자 했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은 별도로 특례조항을 둬 21대 현역 국회의원이라면 2020년 임기 시작일로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보유·매매했던 가상자산의 현황과 변동 내역을 모두 6월30일까지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토록 했다. 개정안 시행 이전의 내역도 신고토록 한 것이다. 윤리심사자문위는 등록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 오는 7월31일까지 해당 의원과 국회의장, 소속 교섭단체 원내대표에 보고토록 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시행일도 '공포 즉시'로 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 의원은 자진 탈당을 선언했다. 2023.05.14.


앞서 김 의원은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행법상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관련 입법 논의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 결국 김 의원 사태를 불러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국회 상임위에는 이미 관련 법률 개정안이 계류중이었다. 민형배, 이용우, 신영대, 김한규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11월6일부터 지난 5월2일까지 고위공직자 가상자산 신고 의무를 담은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었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 2021년 5월 개정안 제안이유에 대해 "최근 최근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시세가 급등해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고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을 현금, 예금, 주식, 채권 등과 같이 재산의 유형에 포함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탈세를 목적으로 금융자산을 활용하여 재산을 은닉하려는 시도가 적발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은 실정"이라고 했다.

21대 국회 뿐만이 아니다. 앞서 20대 국회인 2018년에도 정동영 당시 국민의당 의원과 기동민·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20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지난해 말 '가상자산과 관련한 공직 부패의 우려와 개선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김남국 사태'와 같은 문제를 우려했었다. 당시 보고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법제화를 더 이상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부패방지 제도 확립은 지금도 이른 것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김남국 방지법이 통과하긴 했으나 의원들의 가상자산 재산신고 내용이 실제와 맞는지 검증할 방법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광재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재산공개를 하고 누락 부분이 없는지 국회내 공직자 윤리위원회를 통해 심사한다"면서도 "사실 국회에서 재산이 제대로 신고됐는지에 대한 검사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현재는 (국회) 감사관실에서 서류 조사를 검증하게 돼 있는데 조사의 권한은 없다"며 "어떻게 현실적, 실증적 조사를 할지는 연구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300명의 의원 재산신고가 사실인지 아닌지 국회에서 조사할 권한은 없다"며 "구조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 이건 집중 실무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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