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인데 출근합니다"…대체휴일 늘어도 못 쉬는 '522만명'

[the300]

김지영 l 2023.05.28 08:46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인미만 차별폐지 집중 행동주간 노동자 발언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5인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직장내괴롭힘법, 공휴일법까지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노동권을 박탈하는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을 요구하며 집중주간을 선포하고 오는 8일까지 국회 응답을 요구하는 다양한 실천을 진행한다. 2021.10.5/뉴스1

올해부터 '석가탄신일'과 '크리스마스'가 대체공휴일로 추가 지정됐다. 토요일인 석가탄신일 대신 돌아오는 월요일이 공휴일이 됐다. 5월 말 사흘간의 연휴와 늘어난 '빨간날'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환호하는 분위기지만 함께 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이다.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27일 국가통계포털의 사업장 규모별 적용인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수는 134만여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는 522만명을 넘는다. 노동계에서는 집계되지 않은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는 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회사 내부 취업규칙 등에거 별도로 정하지 않는 한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법정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공휴일법)에서 적용대상을 국가공무원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하도록 했는데 현행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에게 대체공휴일은 '유급 휴가'가 원칙이다. 근무를 하더라도 휴일 근무 수당으로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으로 사용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대체공휴일은 유급 휴일도, 휴일 수당도 적용되지 않는 '평일'인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인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 유급휴가, 휴업수당,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이 5인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체공휴일은 물론 주52시간제와 근로시간제 개편안, 중대재해처벌법,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등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정부와 여당은 최근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노동개혁 권고문을 마련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문제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국무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언급하면서 고용노동부의 주요 업무에도 올랐다. 고용부는 올해부터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여당에서도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지난 2일 출범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5인 이상 사업장에만 보장되는 연차유급휴가 등의 휴식권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보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주요 의제에 포함했다.

야당에서도 이견이 크지 않다. 5인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는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 먼저 주장해 왔다. 2020년 12월 당시 여당인 민주당에서 이수진 의원(비례)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의당은 이에 앞서 2020년 9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수를 적용해 구분하는 조항을 삭제하자며 개정안을 냈다. 정의당은 올해 주요 입법과제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을 포함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노동위원장은 "5인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는 대통령의 노동 약자 보호,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 개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현재 고용노동부와 함께하는 노동개혁특위는 물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5인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 참여 단체 대표자들이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5인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5인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은 노동조합, 시민사회, 종교, 진보정당 등 81개 단체가 참여한다. 2021.9.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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