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전쟁' 시작됐다…尹대통령, 방통위원장 면직 재가

[the300](종합)

박종진 l 2023.05.30 18:23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5.09.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종편(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점수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 처분을 재가했다. 한 위원장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함께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됐음에도 새 정부에서 물러나지 않고 버텨온 장관급 인사다. 국회에서는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또 한차례 거대야당의 입법독주가 예상된다. 정부·여당의 '방송 정상화' 추진과 이를 '방송 장악'으로 비판하는 야당의 주장이 충돌하면서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30일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공지문을 통해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공소장과 (인사혁신처의) 청문 자료에 의하면 한상혁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방송통신위원회 담당 국·과장과 심사위원장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자로서 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 "한 위원장, TV조선 보고받자 '미치겠네'…정상적 직무수행 불가능"


대통령실은 "나아가 한상혁 위원장은 실무자로부터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 해당 방송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며 점수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의 공정성을 저버렸을 뿐 아니라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회의 일부 심사위원에게 부탁해 TV조선 평가 점수를 사후에 재수정함으로써 일부 항목을 과락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 조작 사실을 모르는 방송통신위원들을 속여 TV조선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 결정이 내려지도록 하는 등 위계로써 공무집행을 방해(형법 제137조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과천=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5.30.

이어 "또한 평소 TV조선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오던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소속 A씨를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회 위원에 포함하도록 직접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방통위 상임위원들과의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방통위원장의 직권을 남용(형법 제123조 위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마지막으로 한상혁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내부 기준을 무시하고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유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마음대로 단축함으로써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했다"며 "TV조선 평가 점수를 사후에 조작했다는 언론 취재가 들어오자 '방송통신위원회는 TV조선 점수 평가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하는 등 허위 공문서 작성을 지시(형법 제227조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해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고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면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한 위원장은 올해 7월 말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다만 한 위원장은 면직 절차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왔기 때문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임기를 채울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방통위원장 지위에 대해서는 방통위 설치법에서 엄격하게 신분보장 제도를 두고 있다"며 "단순히 기소됐다는 사실만으로 면직 처분을 진행한다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05.23.



국정철학 공유 '尹정부 완성' 수순…후임에는 이동관 특보 등 거론


윤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는 집권 2년차를 맞아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는 '온전한 정부'를 구성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여권에서는 한 위원장과 전현희 위원장이 장관급 자리를 유지하면서도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무관하게 조직을 운영해 혼란을 일으켰다고 비판해왔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두 사람을 부르지 않았고 대면 업무보고도 받지 않았다. 사실상 방송통신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윤석열 정부에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서 안형환 상임위원, 김창룡 상임위원이 연이어 물러나면서 상임위원 공석이 늘어났다. 대통령 추천몫인 김창룡 전 위원 후임으로는 이상인 위원이 임명됐지만 안형환 전 위원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은 과거 허위사실 유포 혐의 유죄 전력이 문제가 돼 대통령 재가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 한 위원장까지 면직되면서 전체 상임위원 5명 중에 3명만 남게 됐다.

후임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정무적 판단 등을 거쳐 조만간 인선을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관련한 투표를 앞두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3.4.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권 '방송 정상화' 드라이브 본격화될듯…방송법 개정 충돌도 불가피


방송통신위원회가 새 진용을 꾸리면 정부·여당의 '방송 정상화' 정책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 등에서 방송이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게 장악돼 좌편향됐다고 본다. 이날 국회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 선출된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 의원은 "방송·통신 분야 공적 책무도 바로세워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 위원장 면직 절차에 "명백한 국가폭력범죄"라고 비난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방송 장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본회의 부의의 건 투표를 마친 후 동료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방송법 투표를 앞두고 퇴장했다. 2023.4.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대립은 민주당이 강행해 본회의에 직회부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이른바 '방송3법 개정안' 갈등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방송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는 등 지배구조 변경 내용이 골자다. 방송 독립성 강화가 명분이지만 여당은 좌파성향 시민단체와 학계 출신 등이 방송을 장악토록 하려는 시도라며 절대 불가 입장이다. 본회의에서 또다시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처리한다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유력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달 14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심사 중인 방송3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것은 문제'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서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2020년 3월 진행된 TV조선 등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방통위 관계자,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장 등과 계획적·조직적으로 공모해 TV조선 재승인 평가점수를 누설하고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정부는 이런 혐의로 기소된 점이 현직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하자(국가공무원법상 면직 사유)가 있다고 보고 면직절차를 진행해왔다. 인사혁신처가 한 위원장의 진술을 담은 청문조서와 청문 주재자 의견 등을 적은 의견서를 대통령실로 보냈고 윤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면직을 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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