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나오는 선관위 '엄빠찬스' …"전수조사, 수사의뢰 검토"

[the300]

민동훈 l 2023.05.31 06:54
(과천=뉴스1) 이재명 기자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개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2023.5.3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1일 긴급 위원회의를 열어 박찬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 등 간부 4명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최근 사퇴한 박 사무총장, 송 차장 등에 대한 수사 의뢰 필요성을 보고 받고 승인할 전망이다. 이는 두 사람이 징계 없이 '면피성 사퇴'를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장과 김 차장은 장, 차관급 정무직이어서 징계 대상이 되지 않아 이대로 퇴직하더라도 공무원 연금 삭감, 공직 재임용 제한 등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노 위원장은 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 밝힐 것으로 보인다. 연일 비리 사례가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부할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선관위는 전날 긴급 위원회의에서 인사 투명성 강화, 조직 개편 등 개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선관위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35년만에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특혜 의혹은 지난 10일 박 총장과 송 차장 자녀가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 각각 2022년, 2018년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자녀도 2020년 선관위에 경력직으로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신우용 제주 선관위 상임위원, 윤재현 전 세종 선관위 상임위원, 김정규 경남 선관위 총무과장 등 6건에 대한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사례도 알려졌다. 선관위는 5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자녀의 선관위 재직 여부를 전수 조사 중인데, 이 과정에서 4·5급 직원 자녀의 경력 채용 사례가 추가로 5건 이상 확인되면서 의혹 사례가 11건으로 늘었다. 이들의 자녀가 선관위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신고' 등의 절차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는 문제가 드러난 이들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선관위 전수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라 문제가 되는 간부들의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선관위 경력 채용은 2018년 26명에서 지난해 75명으로 4년 새 3배 가까이 불었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 대형 선거를 앞두고 육아휴직 등 휴직자가 늘면서 인원이 부족해 경력 채용이 불가피했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다. 경력 채용이 간부 자녀가 지방 공무원에서 중앙 공무원인 선관위로 이동하는 통로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선관위 차원의 채용 절차 개선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제도적 개선에 관한 것들인데 자세한 내용들은 내일 전체적으로 감사 결과와 같이 발표를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기본 입장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응할 때까지, 방안을 고민하고 국민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국민께서도 믿어달라.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같은날 긴급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부패방지법에 근거해 선관위 자녀 채용과 관련된 신고 사건 접수됐기 때문에 현재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면서 "실태조사하겠다는 의사를 공문으로 (선관위에) 전달했고, 여기에 대한 선관위 입장을 내일(31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특혜 채용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는 여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공정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심판하는 입장에 있는 선관위가 무소불위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면서 이렇게 내부적으로 곪았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내부 자체 조사가 아니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노 선관위원장은) 썩을 대로 썩은 조직에 칼날을 들이댈 용기와 배짱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도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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