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 깨운 2번의 '재난문자'…"오발령 황당" vs "안전은 과한 게 낫다"

[the300]

안재용, 이창명 l 2023.06.01 07:4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6시29분쯤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된 '북한 주장의 우주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 이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지만, 비정상적 비행으로 어청도 서쪽 방향 200여㎞ 해상에 낙하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2023.5.3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가 지난달 31일 새벽 북한 발사체 발사와 관련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위급재난문자를 보낸 것을 놓고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나친 게 모자란 것보다 낫다"며 감싼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오발령하고 행전안전부가 뒤늦게 바로잡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발송 문자 내용 등에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발사체가 남쪽을 향해 날아오는 상황에서 위기대응 시스템이 가동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단 국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보다 충실히 제공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41분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위급재난문자를 보냈다.

일부 지역에서는 위급재난문자가 발송되기 전 사이렌이 울리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보낸 문자에 어떤 이유로 경계경보를 발령했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대개 지진에는 운동장 등 야외, 공습에는 지하로 대피토록 권고하는데 구체적 정보가 없으면 대피 장소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후 행정안전부가 이날 오전 7시3분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란 내용의 위급재난문자를 보내면서 이번 사태는 해프닝으로 판명났다.
(서울=뉴스1) =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우리 군이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해군함이 나가 있는 곳은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비정상 비행 후 추락한 공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청도는 전북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약 66㎞ 거리에 위치한 섬이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3.5.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25분에야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해제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는 입장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자 발송) 경위는 자세히 봐야겠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안보는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북한 결의안(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를 촉구하고 흔들림없는 안보태세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도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오발령하고 행안부가 뒤늦게 바로잡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정재혁 전 청와대 국민생활안전담당관은 "구체적인 대피방법이나 장소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사이렌과 함께 무작정 '대피하라'는 무책임한 재난문자를 발송하며 국민들을 당황케하고 공포감에 휩싸이게 만들었다"며 "심지어 부처별 엇박자로 '재난 메시지 오발송' 이라는 메시지와 '상황이 종료돼 경보를 해제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건 그야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했다.

(서울=뉴스1) = 3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서울 전역에 경계경보가 내려졌으나 20여분 뒤 '오발령'이라고 정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41분 위급재난문자를 통해 "오늘 (오전)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20여분 뒤인 오전 7시5분쯤 위급재난문자를 통해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며 이를 정정했다. 같은 시간 서울 곳곳에서도 "서울에 내려진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다. 시민들은 일상으로 복귀하라"는 내용의 방송이 나왔다. 2023.5.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대응에 나선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경계경보 발령·위급재난문자 발송 절차 등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위급재난문자에 경계경보 발령 이유가 포함돼야 국민들이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는데, 이를 알려주지 않고 무작정 대피하라고 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문현철 숭실대 대학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북한에서 미사일로 추정되는 것이 남쪽을 향해 날아오는데 가만히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라며 "서울시가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면 그게 더 문제인데 어쨌든 시스템이 가동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사전에 (북한 발사체 발사) 조짐이 있었기 때문에 미리 부처간 협의·교육을 해서 어떤 서울시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를 (정하는) 치밀한 시스템이 가동됐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위기상황에서는 재난이든 전쟁이든 절대 완벽하게 시스템 가동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일단 경보를 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게 지금 정확히는 우리의 영공과 영해를 지나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발사방향이 비슷하게 걸쳐 있다"며 "그래서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알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다고 본다"고 했다.

양 연구위원은 "다만 정부의 구체적 내용이 조금씩 문제가 있었다"며 "그러니까 무작정 대피하라는 식으로 이 경보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무슨 무슨 발사가 있었다, 예를 들어서 방향이 그래도 여기를 지나간다, 지나가지 않는다 그런 정도로 해서 조금 더 위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하고 실제 취해야 할 행동을 같이 해놨으면 상관없는데, 무작정 대피하라고만 해서 이게 왔단 말이지요. 이것은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서울 서초구청장을 지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부족한 것보다 과한 게 낫다"면서도 "서울시의 문자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다. (경계경보 발령 사유가) 지진인지 미사일인지, 뭐 때문에 대피를 하라는 건지 모르게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직원들 교육을 통해서 이번 기회에 (재난 대응체계를) 제대로 좀 잡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의 경계경보가 오발령된 것이라는 행안부의 입장에 대해 서울시는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상황 시 당연한 절차"라며 "이에 따라 오전 7시 25분 상황 확인 후 경계경보 해제 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반면 행안부는 서울시 지령방송을 오독한 것이라 지적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는 이날 오전 6시30분 각 시·도 민방위경보통제소에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지령방송을 발송했다.

행안부는 서울시가 해당 지령방송의 '미수신 지역'이란 표현을 잘못 이해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는 '백령면, 대청면' 내의 미수신 지역이 자체적으로 경계경보를 발령하라는 뜻이었는데 서울시가 이를 과잉 해석했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상황에서 말하는 '미수신 지역'은 경계경보 발령 지역인 백령면 대청면 내의 미수신 지역을 일컫는다"며 "그외 모든 다른 지역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 특히 백령도가 있는 인천시도 경계경보 등 위급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면서 "평소에도 일관되게 보내는 미수신 지역에 대한 해석을 이번에는 서울시 측이 잘못 해석하고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