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子'사태, 해맑음센터 폐쇄에…당정 "학폭피해 치유기관 마련"

[the300]

유승목 l 2023.06.01 15:21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육현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01.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의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건으로 정치권에서 학폭근절 입법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정부·여당이 학폭 피해학생 치유·회복을 지원하는 전문기관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전국 유일의 학폭 피해학생 치유 전문기관인 해맑음센터가 폐쇄된 것을 계기로 당정이 국가 차원의 학폭 피해보호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다.

국회 교육위원회(교육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교육부 관계자들과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육현안 관련 실무당정협의회를 진행했다. 당정은 이 자리에서 교육개혁 일환으로 정부가 발표한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추진 방안과 함께 국가차원에서 학생치유회복에 관한 연구, 치유지원 할 수 있도록 국가수준의 전문기관 설치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이날 의제는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 방안이었다. 지난 3월 이주호 부총리가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을 찾아 윤석열 정부 3대 개혁과제인 교육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교육 4대개혁 입법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한 만큼, 그 일환으로 제시한 AI 디지털 교과서를 원활하게 도입하기 위한 교원 디지털역량강화, 법령정비에 대한 당정 간 협력방안을 논의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AI 디지털 교과서의 원활한 도입을 위해 당정이 제시한 교원 전체연수 실시보다도 학폭 피해자를 위한 지원 대책에 이목이 쏠렸다. 지난달 19일 교육부 지원을 받아 학폭 피해학생의 회복을 돕는 기숙형 위탁교육기관으로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가 운영하는 해맑음센터가 시설 안전문제를 이유로 운영이 중단되며 이에 대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맑음센터에 따르면 본관 건물이 안전진단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며 폐쇄조치됐고, 이로 인해 시설에서 생활하던 학폭 피해학생 7명 중 2명은 가해학생이 있는 원래 학교로 복귀했다. 정순신 변호사 사태에서 거론되는 주요 개선점 중 하나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분리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인 만큼, 교육당국의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주호 부총리와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은 이날 당정협의에 앞서 지난달 26일 해맑음센터를 현장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여당 의원들은 피해학생에 지원이 열악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정부·여당이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정실 해맑음센터 센터장은 "해맑음센터를 찾았던 여당 의원께서 '이렇게 피해자들이 열악한 곳에 있는지 몰랐다. 정치하면서도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하면서 노력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태규 의원, 서병수 의원, 권은희 의원과 함께 26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학교폭력 피해학생 지원기관 '해맑음센터'를 방문해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2023.5.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따라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교육당국, 지자체 수준이 아닌 국가 차원의 학폭 피해자 전문지원 기관을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태규 의원은 "당정이 관용적인 정책으로 학폭에 책임있게 대응하지 못했고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해 국가가 책무성을 갖고 피해자를 체계적으로 보호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에서 학생 치유·회복에 관한 연구와 지원을 할 수 있는 국가수준의 전문기관 설치 방안을 마련해 6월 말 발표할 예정"이라며 "해맑음센터에 대해선 논의를 통해 학폭 피해 학생 치유 지원이 가능한 임시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햄락음센터는 그 동안 시도교육감 중심으로 지원했으나 국가가 책임을 갖고 피해학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맑음센터 대체부지와 구체적인 재개관 일정 등에 대해선 해맑음센터·지자체 등과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당정이 학폭 피해학생 지원대책을 마련키로 한 데엔 이른바 '정순신 재발방지법'에 대한 여야 입법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육위는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피해학생 진술권 보장, 학폭 조치사항의 학교생활기록 보존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아 발의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 개정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을 심사하며 통합조정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지난 4월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두고 야권과 교육계 일각에서 피해자 지원보단 가해자 엄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여당도 피해자 지원에 방점을 둔 정책에도 신경쓰겠단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이 지난 4월 학폭 관련한 일선 교육현장 관계자들과 가진 정책간담회에서도 가해자 선도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피해자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이태규 의원은 이날 '학폭근절, 피해자 지원 대책이 다소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학폭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지난 수 년간 방치됐다고 본다. 학폭에 대해 그간 지나치게 관용적이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있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새정부 들어 내린 진단"이라며 "학폭 뿌리를 뽑으려면 피해학생에 대해서도 얼마나 트라우마를 치유해주고 일상회복을 지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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