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차별 없도록"···'개고기 금지 특별법' 6월중 발의된다

[MT리포트] 복날은 간다①

김성은 l 2023.06.03 08:00

편집자주 복날이 돌아온다. 보신탕 애호가들의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통령 부부는 개 식용에 반대하고, 국회와 서울시 의회에선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과 조례안이 발의됐다. 대한민국 견공들과 관련 업계의 운명이 걸린 논쟁이 시작된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개 식용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여야가 앞다퉈 개 식용 금지 입법 시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관련 특별법 제정안을 준비 중이고, 국민의힘에서도 개고기 판매 금지를 포함한 동물보호 강화 법안이 발의됐다.



'개 식용 금지' 명문화한 '특별법' 마련 중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마련 중이며 이르면 이달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일반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으로 준비 중인 것은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개 식용을 금지하려는 그동안의 입법 시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단순히 개 식용을 금지할 뿐 아니라 기존에 개 식용 관련업 종사자들의 전업 지원을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해 줄지 등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담길 전망이다.

이는 현재 민주당 지도부에서 힘을 싣고 있는 법안이기도 하다. 지난 4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반려동물의 시대, 한류 시대이고 부산 엑스포 추진 및 각종 대형 국제 행사가 줄을 잇는 상황"이라며 "개 불법 사육, 도축, 식용을 금지하고 관련 상인의 안정적 전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흥민 선수에 대한 차별과 야유의 소재가 됐던 빌미도 근절해야 한다"며 "'손흥민 차별 예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중인 손흥민 선수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부 악성 누리꾼들로부터 그동안 '개, 고양이, 박쥐나 잡아먹는 인간' 또는 '개고기나 먹어라' 등 인종차별적 비난을 받은 것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정애 의원은 지난 2020년 말에도 박홍근, 박성준, 황운하, 이동주, 민홍철, 최기상, 장철민, 김경만, 강선우 의원 등과 함께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개 식용 금지를 직접 명문화하는 시도는 한 의원이 처음이었으며 이 법안은 현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중이다.

한정애 의원은 "현행법에 따르면 개 식용은 이미 불법"이라며 "그 동안 관습과 문화란 점을 들어 법 집행을 제대로 못한 채 이 문제를 사회적 합의에 맡기자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록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그 사이 갈등만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이번 법안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당에서도 개 식용 금지에 관한 법안이 제출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개 식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안철수, 김선교, 김상훈, 조명희, 조정훈, 유상범, 유경준, 김영선, 조해진, 서정숙 의원 등이 공동 발의자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은 이달 중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상정 예정이다. 태 의원은 동물을 죽일 목적으로 학대행위를 했지만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처벌토록 한 규정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도 지난 1일 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개 식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엔 김건희 여사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최근 김지향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은 개·고양이 식용 금지를 위한 시장의 책무와 실태조사, 식용 금지 지원 사업, 과태료 등을 규정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원산지 등이 불명확한 비위생적인 개고기 취급 실태를 집중 단속하고, 개고기 취급 업체 등의 업종 변경을 유도해야 한다.



현행법상 개 식용은 이미 불법?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스타광장에서 동물해방물결 회원들이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개 식용 문제의 종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 강아지의 날은 2006년 미국의 반려동물학자인 콜린 페이지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날로, 매년 3월 23일이다. 국제 강아지의 날 제정은 세계 모든 강아지들을 사랑하면서 보호하는 것은 물론 유기견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이뤄진 것이다. 2023.3.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는 현행 '축산법'상 소, 말, 돼지 등과 함께 가축에는 포함돼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이야기하는 가축에선 제외돼 있다. 축산법이 축산업을 발전시키고 축산농가 소득을 증대시키며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가축의 사육, 도살, 처리와 축산물의 가공·유통·검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공중위생 향상에 이바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즉, 현행 축산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개는 농가 소득을 위해 기를 수는 있어도 식용을 목적으로 도축해 가공·유통시킬 수는 없는 셈이다.

또 올해 4월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를 제외하고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동물학대로 규정해 처벌받도록 했는데 이 사유에 '식용 목적'은 포함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식품위생법은 '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품 공전) 고시를 통해 식용 가능한 식품 원료를 명시하고 있는데 개고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법에 따르면 개고기 가공, 유통, 조리는 불법이다.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부 식당에서 개고기가 유통되는 현실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개 사육에서 도축, 다시 식용까지 이어지는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다양한 부처가 얽혀 있다"며 "우리나라에 개고기를 먹는 식문화도 여전히 남아있는 반면 시대가 변해 동물복지가 강화됐다. 개고기를 둘러싼 사회 갈등이 첨예해 개 식용에 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해당 기구에서 나오는 결론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말 정부는 '개 식용의 공식적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기구는 농림부 뿐만 아니라 관련 단체, 비영리기구, 관련분야 전문가, 정부위원 등으로 구성됐고 당초 2022년 4월까지 활동할 예정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운영기간이 연장된 상황이다.

태영호 의원실 관계자는 "유럽이나 선진국은 이미 개 식용 자체를 금지한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중추국가라 한다면 이제는 개 식용을 금지할 때가 됐다는 판단"이라며 "현재도 법상 개 식용이 불법으로 판단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불법이라 단언하기엔 모호하다는 주장들도 맞선다. 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동물복지 침해 현장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 식용 금지 법안이 통과되면 법 집행도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야 논의 공론화가 시작되면 현재 개 식용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입법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개 식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다수의 법안들이 발의됐었으나 모두 상임위원회 문턱을 통과치 못하고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표창원 전 민주당 의원은 2018년 축산물위생관리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규정한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동물에 대한 임의도살을 막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냈었다. 이는 도살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 사실상 식용 목적 개 도살을 어렵게 해 개고기 유통을 방지코자 한 법안으로 해석됐다.

이상돈 전 바른미래당 의원도 2018년 축산법에서도 아예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축산법 개정안을 냈었고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2017년 음식물 폐기물을 수집, 운반 또는 재활용하는 경우 이를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식용 목적의 개를 기르는 사육장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개 먹이로 사료보다 음식물 쓰레기를 쓰는 곳이 많은 만큼 식용 개 사육을 줄이는 효과 등을 기대한 법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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