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로 온 김남국, '제2의 민형배' 되나…與 "안건조정위 무력화"

[the300]

유승목 l 2023.06.06 06:37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국민의힘 이태규 교육위원회 간사와 조경태, 정경희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로 '김남국 의원 교육위원회 보임 철회 요청서' 제출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가상자산(코인) 보유 의혹을 받고 있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교육위원회로 상임위원회를 옮긴 데 대해 "정치·윤리적으로 부적절하다"며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2023.6.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 때 약 6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을 보유하고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중에도 거래해 논란을 사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무소속)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떠나 교육위원회(교육위)로 소속 상임위를 옮긴 것을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윤리적 결함이 있는 김 의원이 교육현안을 다루는 게 부적절하단 이유에서다. 여당에선 무소속 신분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며 야당인 민주당이 쟁점법안을 밀어붙이는 데 기여한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맡았던 상임위 '캐스팅보터' 역할을 김 의원이 이어받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과 교육위 소속인 정경희·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남국 의원이 법사위원에서 교육위원으로 사·보임 된 것은 명백하게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을 깔보고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김 의원 보임건 철회를 요청했고, 민주당에 대해서도 당 차원의 교육위원 제척을 촉구했다. 여당 교육위원들은 김 의원 교육위 보임 보이콧 등 추가적인 대응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일 김 의원을 교육위에 보임했다. 거액의 코인 보유·거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미공개 정보 등을 활용한 이상거래일 수 있단 의혹도 제기된 만큼 법제·사법 분야를 다루는 법사위원으로 활동하는 게 이해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 교육위에 비교섭단체가 없다는 점과 교육위가 다루는 현안과 김 의원의 코인거래 의혹이 별다른 이해충돌 요소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교섭단체(무소속)인 김 의원의 상임위 이동은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이 결정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이 국가 교육현안·입법을 다루는 교육위원이라면 도덕·윤리적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태규 의원은 "교육은 윤리와 진실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 부분에 역행하는 사람이 교육정책을 논한다면 교육현장에 있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라며 "도덕·윤리적 측면에서 명백한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교육위원을 중심으로 김남국 의원의 교육위 보임건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와 대응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 2023.5.3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당 내에선 김 의원의 교육위 배치에 숨은 의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이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지난 4월 복당한 교육위 소속 민형배 의원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내정한 상황에서 김 의원이 사실상 민 의원의 빈 자리를 채웠단 것이다. 올해 교육위 최대 쟁점법안이었던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며 민주당 주도의 강행처리를 도왔는데, 김 의원이 제2의 민 의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위는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정부가 대학생에게 빌려준 학자금 이자를 소득수준에 관계 없이 취업할 때까지 면제해주는 내용의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통과시켰다. 여당이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교육재정을 키우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안건조정위를 요구했지만, 안건조정위원으로 민 의원이 참여하며 전체회의에 오르게 됐다.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에서 민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찬성표를 던지면서 3분의 2 이상 찬성조건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보임 결정으로 교육위에서 유일한 비교섭단체가 된 김남국 의원이 향후 쟁점법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캐스팅보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여당은 지난달 14일 김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할 당시 "잠시 우리 민주당을 떠나지만 항상 응원하고 함께 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무소속이 아닌 민주당 소속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는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여당 교육위원들은 "민주당이 김의원의 교육위원 보임을 고집한다면 언제든지 교육위에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는 의석 구조를 갖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 여당 교육위원은 "김남국 의원은 탈당하면서 곧 복당할 것을 밝히고 갔다. 무소속이지만 사실상 민주당 소속인 것"이라며 "(민형배 의원이) 안건조정위를 완전 무력화 시켰는데 그런 악용되는 조건을 또 만들게 됐다. 비교섭단체가 없다고 무조건 배치해야 한다는 원칙이나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했다.

김남국 의원이 교육 관련 현안과 크게 접점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에 따르면 김남국 의원이 21대 국회 의정활동 중 발의한 73건의 법안 중 교육위 소관은 2건으로 소속 상임위였던 법사위(29건)를 비롯해 행정안전위원회(11건), 보건복지위원회(7건) 등과 비교해 다소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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