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혁신위, 시작부터 삐걱…"이제 국민들이 좋게 보겠나"

[the300]

오문영 l 2023.06.05 22:03
(서울=뉴스1) =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당의 혁신 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이래경 명예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제공)2023.6.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시작부터 난기류를 맞았다. 총책임자로 내정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막말 논란'에 휩싸이더니 결국 내정 반나절 만에 사퇴하면서다. 당 안팎에서는 부실 검증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향후 추진할 혁신의 진정성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막말 논란·친명 색채'에 내분…비명 "임명 철회해야" 친명 "문제없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래경 이사장을 당내 혁신기구를 이끌 책임자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과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 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며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할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며 전권을 위임할 뜻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직후 당 안팎에서는 그의 출신 면면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제기됐다. 특히 이 이사장이 과거 이 대표에 대한 지지 행보를 보여온 점, 반(反)미국·친(親)중국·친러시아적 면모를 드러내 온 점이 알려지면서 비명계(비이재명)를 중심으로 당내에서는 즉각 '임명 철회' 요구가 잇따랐다. 당초 혁신기구 출범 취지와 맞지 않는 인선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혁신위 두겠다는 건 이재명 대표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민심에 터 잡아 냉철하게 객관적이고 단단하게 중심으로 잡고 해 나갈 수 있는 강인한 인물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혁신안을 만드는 전권을 혁신위원장에게 위임하는 것은 원외인사가 중립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당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하는 취지"라며 "절대 한쪽으로 편중된 인사가 아닌 전문성, 중립성, 민주성, 통합조정 능력을 가진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당 지도부와 친명계(친이재명계) 내에서는 이 이사장을 '친명 인사'로 보기 어렵다는 반박이 나왔다. 한 지도부 인사는 머니투데이 더300에 "(이 이사장은) 김근태계 인사로 현재 지도부와 어떤 관계도 맺어온 게 없고, 외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천받았다"며 "과격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본래 혁신은 강단이 있는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천안함 자폭설 등 강경 발언을 두고는 일부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이사장의 과거 글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란이 큰데 당이 조치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본인(이 이사장)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답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6.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래경, 해명에도 논란 커지자 결국 사의…이재명 "본인 뜻 존중"


이 이사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민주당에 사의를 밝혔다. 언론을 통해 해명을 시도했으나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당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당초 언론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논란을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은 친명이 아니고, 논란이 된 글들은 사견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도 "친명·비명 프레임의 접근을 거부한다"며 "저는 오로지 역사 앞에서 신기독(홀로 있을 때 더 삼가고 조심한다)하며 나라와 국민에게 헌신하고 봉사하고자 할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당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해 사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후 민주당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의 사의 표명 직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래경 이사장과 직접 통화했나'라고 묻는 말에 "사임을 하시겠다고 해서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다만 이번 인선을 두고 불거진 부실 검증 논란, 당내 의견 수렴 절차 부재 등 지적에는 말을 아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5.1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검증 누가했나…"민주당 혁신, 이제 국민들이 좋게 보겠나"


당 안팎에서는 이 이사장의 사의로 당장에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로 당 쇄신의 진정성이 타격을 입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번 인선을 이재명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에 "논란이 된 것들이 대부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페이스북 글들이었다"라며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당이 외쳐온 혁신의 진정성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시작부터 이런 모습을 보였는데 이제 혁신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좋게 보겠나"라고 했다.

인선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혁신기구 구성이 의원들이 결의안을 통해 뜻을 모으면서 시작된 것이 아니냐"며 "그렇다면 혁신위원장 임명도 당내에서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의견수렴을 하고 투명하게 진행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번 인선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에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오늘 오전에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선 사실을 알게 됐다"며 "누가 추천했는지는 모르겠다. 다양한 외부 경로를 통해 추천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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