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자녀 특혜채용'만 감사원 감사 수용…헌재에 심판 청구

[the300]

과천=안채원, 안재용 l 2023.06.09 18:29
(과천=뉴스1) 황기선 기자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을 뒤로 한 채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6.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서만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기로 했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경기 과천 선관위 청사에서 열린 선관위원들 간의 전원회의를 마친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근에 발생한 선관위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채용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혹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이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선관위 내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치고 있는 점에 대해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잘 아시다시피 저희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 기관으로 출범했으나 3·15 부정선거가 발생해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재탄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 선관위의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감사원이 선관위를 직무감찰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에 관해 감사원과 선관위가 다투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헌법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지고 있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선관위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했다. 원칙적으로 선관위에 대한 감사는 감사원의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국가공무원법 제17조는 '선관위 소속 공무원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고 규정한다.
(과천=뉴스1) 신웅수 기자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선관위는 당초 감사원 감사에 있어 기관의 독립성·중립성을 근거로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지만 선관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감사원 감사를 조건부로라도 수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 2023.6.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여당은 선관위에 감사원 감사 수용을 압박하며 공세 수위를 연일 높여왔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선관위는 독립성과 중립성 뒤에 숨지 말고 감사원 감사를 즉각 수용하라"며 "국민을 배신한 선관위는 국민께 석고대죄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조직을 개혁하라"고 요구했다. 또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포함한 선관위원 전원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당의 비판이 거세지고 여론까지 악화하자 선관위 내부에서는 이주를 기점으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기류 변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원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쯤까지 약 3시간 동안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을 받겠다고 공지했으나 입장을 선회해 기자들과 만나지 않고 곧장 퇴근했다. 노 위원장은 이날 퇴근길을 따라 붙은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최근 5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선관위 내부에 자녀를 둔 직원은 전·현직을 합해 총 10명으로 드러났다. 선관위는 10명 중 현직인 4명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이번 의혹은 선관위 사무처의 현직 1·2인자였던 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자녀 채용 관련 비리가 드러난 이후 눈덩이처럼 커졌다. 선관위에 따르면 박 전 사무총장의 딸 박모씨는 광주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1월 전남 선관위의 경력직 공모에 지원해 9급으로 채용됐다.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딸 송모씨도 충남 보령에서 8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8년 충북 선관위 경력직 공모에 지원해 8급으로 채용됐다. 박 전 사무총장과 송 전 사무차장은 지난달 25일 선관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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