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 선관위, 수당 부풀리기까지...총체적 모럴해저드

[the300]

안재용 l 2023.08.18 06:06
(과천=뉴스1) 김도우 기자 =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이 25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김용빈 신임 사무총장을 임용했다. 김 신임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학과 동기이며, 35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출신 선관위 사무총장이다. 2023.7.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직 선거와 국민투표 등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과 해외 골프 여행 지원, 전별금·명절기념금 수수, 유독 선거철에 집중된 휴직에 수당 부풀리기까지 드러났다. 어떤 기관보다 청렴해야 할 선관위의 민낯이다.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선관위가 선관위원장을 제외한 선관위원들에게 지급한 총수당액은 지난해 1월 315만원에서 올 1월 최대 345만원으로 늘었다. 감사원·국회의 지적에 따라 선관위원들에게 매달 지급되던 215만원의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을 주지 않는 대신 안건검토수당을 1건당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한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2022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세부지침'에 따르면 안건검토수당은 단순한 회의 참석 이외의 주제발표 또는 검토보고서 제출 등 별도의 노무 제공에 대해 지급해야 하고, 지급 대상도 민간위원으로 규정돼 있다.

이밖에도 최근 밝혀진 선관위의 비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간부들의 자녀가 특혜를 받아 경력채용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선관위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지난 6월22일 기준 기존 직원과 친인척관계에 있는 경력채용 인원이 21명으로 조사됐다.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승진이 빠르고 선거기간이 아닌 경우 업무강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진 선관위에 수십명이 특혜 채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공분을 샀다.

또 선거 관리가 본령인 선관위 소속 직원들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휴직을 집중 사용한 것도 비판을 받았다. 육아·출산 등으로 휴직을 쓰는 것이 당연한 권리지만, 업무가 몰리는 선거를 앞둔 시기에 휴직자 수가 급증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해 5월 작성한 '2021회계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관 세입·세출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던 2021년 선관위에서 휴직자 수가 전년의 약 2배로 급증하면서 당초 배정받은 인건비 가운데 6.3%를 집행하지 못하고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전체 인건비 불용률의 약 3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국회 행안위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선 직전해인 2021년 휴직자 수는 193명(육아휴직 140명)으로 직전 해인 107명(육아휴직 73명)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선관위 휴직자 수는 △2018년 126명 △2019년 126명 △2020년 107명이었는데, 2021년에 유난히 많았던 셈이다.

선관위 직원 128명이 골프여행 경비를 지원받는 등 금품을 수수한 사실도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감사원이 지난달 10일 발표한 선관위 업무 전반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골프여행 경비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금품을 수수한 선관위 직원이 20명에 달했다. 89명이 전별금(10만~50만원)을, 29명이 명절기념금 등(10만~9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중복 적발된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선관위 직원 총 128명이 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회의참석 수당이 부당하게 유용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249개 구·시·군 선관위 중 146개 선관위에서 선거관리위원 각각이 아닌 위원 1인(총무위원)에게 회의참석수당 전액을 현금 또는 계좌로 일괄 지급했다. 구·시·군 선관위는 선거기간 등에 위원회의를 개최한 후 회의에 참석한 선거관리위원에게 1인당 6만 원씩 회의참석수당을 각자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부서비처럼 쌓아두고 직원들이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는 데 쓴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도덕적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헌법기관이 독자적인 인사권을 갖는 부분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최소한의 감시 또는 견제가 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위 독립적인 기관들에 대한 감사가 좀 더 강화될 필요는 있다"며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게 하는 시스템 말고는 뾰족한 수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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