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임명안, 이르면 25일 상정...부결 땐 '사법 공백'

[the300]野 "도덕성·자격·자질 모두 낙제점"…35년 만에 대법원장 인준안 부결-사법 공백 가능성

박소연 l 2023.09.21 17:00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09.20. /사진=뉴시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21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르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진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이 이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하고 있어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이후 35년 만에 대법원장 인준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대법원장이 공석으로 남게 돼 대법원의 본령인 전원합의체 판결이 어려워지는 등 '사법 공백'이 불가피하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에는 여당의 '적격' 의견과 야당의 '부적격' 의견이 병기됐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법원장은 그날의 날씨가 아니라 시대의 기후를 살피는 매우 중요한 자리"라며 "성평등 인식과 감수성이 시대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한 중요한 문제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대법원장의 적격성에 대해서 충분히 판단하셨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표결을 통해서 단행하겠다"고 했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된다. 임명동의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반대하면 본회의 통과가 어렵다.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당초 이날 오후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여야는 숙의 기간을 갖기 위해 오는 25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권성동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3.09.19. /사진=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을 한 뒤 "오늘 본회의 상황이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친 지 하루 정도 경과돼 각 당이 조금 더 여론을 수렴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 당은 25일 처리하자는 입장이고 만약 25일에 처리를 못 한다면 더 이상 사법부 공백을 지연시킬 수 없기에 오늘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오늘 상정하지 않는 것은 맞는데 25일 처리하는 문제는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에 사실상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당론이 결정된 건 아니지만 오늘 의총에서 자세하게 토론한 결과 이번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과 자격, 자질 모두 낙제점인 후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특위 야당측 관계자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당론을 정한 건 아니지만 인사청문특위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고 민주당 의총에서도 이 후보자의 소양과 가치관이 대법원장으로서 적합치 않다는 쪽으로 논의됐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내정자와 면담을 가졌다. 2023.08.23. /사진=뉴시스

무기명 표결의 특성상 이 후보자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 민주당 기류로 볼 때 35년 만의 인준안 부결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경우 민주당도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받았다는 점에서 보수 성향이지만 비교적 실력과 인품을 두루 인정받는 이 후보자를 비토할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24일 종료되는데, 새로운 후보자를 물색하고 인사청문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수개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요 사건들에 대한 최종심을 맡는 전원합의체 운영도 어려워지게 된다.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임기가 2024년 1월1일까지라 후임 후보자 임명 절차가 올 연말까지 마무리돼야 하는데, 인사권은 대법원장 권한인 만큼 후임 대법관 후보자 제청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사청문특위 여당측 관계자는 "야당은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기 전부터 '부결'이란 답을 정해놓은 것"이라며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조차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이라며 질의를 했을 만큼 객관적으로 치명적인 부적격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도 현실적으로 이 후보자보다 나은 후보자를 추천하기 어렵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35년 만의 대법원장 인준 부결 타이틀도, 그에 따른 공백 사태와 부작용도 야당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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