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종의 시대 [우보세]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민동훈 l 2023.09.26 03:4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등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조차 못한 채 정회돼 야당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내걸고 김현숙 장관의 퇴장을 요구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국정감사가 시작되지도 못한채 감사가 중지됐다. 2022.10.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치 진흙탕을 힘겹게 헤쳐 나가는 것 같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행정학자인 에런 윌다브스키(Aaron Wildavsky)는 정책 결정의 과정을 '머들링 쓰루(Muddling through, 뒤죽박죽인 채 시간을 끌며 나아가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험난하고 지난한 과정이란 의미다.

정책은 정치의 산물이다. 사전적으로 정책이란 '정부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목적을 띠고 결정하는 행동 방침'을 의미한다. 정부부처의 관료나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고도의 계량분석을 동원해 논리적으로 도출해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해를 가진 당사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타협과 조정의 결과물이 정책이다.

정책은 다루기 어렵다. 무조건 한쪽 편만 들어서는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잘못된 정책의 부작용은 온전히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책을 관료나 전문가에게만 맡겨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협과 조정은 정치의 영역이다. 근래 들어 ­정책 수립의 무게중심이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옮겨지고 있는 배경이다. 정치가 올바른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갖췄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정치는 정쟁과 다르다. 정치는 그 특성상 끊임없는 견제와 그로 인한 갈등과 대립을 야기한다. 정치인 간, 정당 간 갈등과 대립은 어쩌면 불가항력이다. 정쟁 속에서 서로 비난하며 등을 돌려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게 정치다. 정책의 수립뿐 아니라 집행과 평가도 정치의 몫이다. 어쩌면 정치는 정책을 완성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2023년 대한민국 국회는 정쟁으로 얼룩졌다. 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기국회 기간 중 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의사일정이 미뤄지는 일이 벌어졌다. 정책 토론은 실종된 지 오래다. 서로를 향해 분노와 저주의 언어를 쏟아낼 뿐이다.

정책의 완성은 정치의 책임이다. 머니투데이는 2014년 국내 최초 정책전문미디어 the300(더300)을 출범했다. 2015년부턴 정치인들의 국정감사 활동에 점수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국감 스코어보드'다. 진영논리를 기반으로 한 정쟁 기사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정책 검증을 하자는 취지에서다. 정책 전문성, 이슈파이팅, 국감 준비도, 독창성, 매너 등 나름의 평가 기준도 두고 있다.

결국 정치는 정책이다. 정책을 논의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아서는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이미 화석화한 이데올로기로 정치를 재단하는 진영논리를 탈피해야 한다.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국감이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여전하다. 올해도 the300 기자들은 국감장에 상주하며 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것이다. '양떼 저널리즘'에서 탈피해 정책의 관점에서 정치를 보는 미디어가 되겠다던 2014년 머니투데이 the300의 다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정치에 작은 변화라도 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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