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보다 높은 건물 안 돼"…이 규제 풀려던 서울시, 물러선 이유

[the300]

김도현 l 2024.02.11 07:31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증권사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서울 여의도는 여의도공원을 기준으로 '동(東)여의도'와 '서(西)여의도'로 나뉜다. 행정구역상 구분된 것은 아니지만 편의상 이렇게 부른다. 금융·증권사가 밀집한 동여의도와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는 기능뿐 아니라 외관상 큰 차이가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다양한 디자인의 마천루가 즐비한 동여의도와 달리 강도 높은 고도제한이 적용된 서여의도엔 초고층없이 성냥갑과 같은 건물들만 늘어섰다.

국회보다 높은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서여의도 스카이라인' 때문이다. 국회 주변은 반세기 가까이 높이 51m 이하로 일률적으로 묶여 왔다. 권력기관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한 구시대적 규제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지난해 서울시는 관련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고심 끝에 서여의도 규제를 존치하기로 결정하면서 당분간 국회보다 높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현재 국회의사당 건물은 1975년 9월 1일 준공했다. 서여의도 일대의 고도제한은 이듬해 지정됐다. 서울시는 1972년 남산성곽길 일대를 시작으로 고도제한 대상지를 확대했다. 청와대가 있는 북악산 자락이나 법원·검찰청이 들어선 서초동과 같이 주요 입법·사법·행정 시설이 있는 지역이 주로 대상지로 선정됐다. 권력기관보다 높은 건물이 주변에 있어선 안 된다는 권위주의적 의식이 깔린 규제란 지적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실제 서여의도에 국회보다 높은 건물이 없는 것처럼 다른 지역에도 권력기관보다 높이 솟은 건물이 없었다.

강남 및 부도심 개발과 함께 도시는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고층빌딩이 경쟁적으로 들어섰으나 여전히 주요 권력기관 주변에는 이보다 높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6월 '신(新) 고도지구 구상안'을 발표하고 여러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달 완화책을 내놨다. 다수 지역의 고도 규정이 완화됐지만 서여의도 주변 건물 높이를 최대 43층으로 하는 방안은 보류됐다. 서초동 법원단지 주변의 경우 규제 대상지에서 아예 제외됐지만,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만큼은 기존 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가원수나 주요 인사에 대한 경호·방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국회 사무처의 우려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국회는 대통령 이·취임식이 열리는 등 다양한 국가 행사들이 열리고,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외 고위 인사들이 수시로 방문하는 곳이다. 당초 서울시는 서여의도 고도를 완화하고 동여의도 고도규제를 아예 없애 여의도를 국제금융도시로 키우겠단 구상을 내놨지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동의여도의 IFC·파크원과 같이 서여의도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지으려던 이들은 저평가된 서여의도의 성장 가능성을 짓누른 처사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지만 이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권력기관 주변이어서가 아니라 국가의 기능·안보적 측면을 우선시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뒤집히긴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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