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실질적 폐지"…윤 대통령, '이대남 잡기' 다시 나섰다

[the300]

안채원 l 2024.02.22 17:07
[울산=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열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21.

윤석열 대통령이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표를 5개월 만에 수리하면서 사실상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 이행에 들어갔다. 총선을 앞두고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의 이탈 등으로 빈약해진 여권의 '이대남'(20대 남성) 지지 기반을 다지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2일 "법 개정 이전이라도 공약 이행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여가부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 밝혔다. 사표 수리 이틀 만에 낸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새로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지 않은 채 실질적인 부처 폐지를 위한 준비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조직 개편 전문가인 신영숙 여가부 차관 주도로 업무 이관을 위한 사전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미 조직 개편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업무교류 차원에서 실·국장 라인에 타 부처 담당자를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는 대선 당시 이대남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내세운 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여가부 폐지는 여러 차례 부침을 겪었다.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때 여가부 폐지를 협상 테이블의 주요 안건으로 올려두고 장기간 논의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여야 갈등 국면이 이어지며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초부터 여소야대 국면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이었단 회의적 얘기도 나왔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도 혼선이 있었다. '잼버리 파동'으로 예상치 못한 시기에 김 전 장관이 물러나야 할 상황이 벌어지자 후임 인선을 두고 당시 대통령실 참모들 간 의견 대립이 생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기 전 비서실장은 '아무리 없어질 조직이라도 살아있는 조직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후임 장관 인선을 주장했고, 일부 참모들은 '여가부 폐지 공약 후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김 전 실장의 뜻에 따라 후임 인선이 진행됐으나 김행 전 여가부 장관 후보가 낙마하면서 모호한 상황 속에 김 전 장관의 사표 수리는 미뤄져 왔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사거리에서 신남성연대 주최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여가부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3.8.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통령실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더는 여가부에 대한 혼란이 이어져선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젊은 참모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실이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을 더 확실하게 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오늘 대통령실이 여가부 폐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대통령 공약 사항인 여가부 폐지를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준석 공동대표의 신당 창당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다수 이대남들이 이탈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여가부 폐지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이 나온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여가부 폐지는 정권 초기에 여당이 정부조직법을 내서 개정하면 의석 수와 관계없이 통과시킬 수 있었다"며 "하지만 여당은 정권 초에 정부조직법을 인수위에서 제대로 처리하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여소야대에서 여가부 폐지가 안 됐다고 선동만 하고 실제로는 폐지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대남 지지 기반을 두고 대통령실과 이 대표가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지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여가부는 이미 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단계까지 왔다는 판단 하에 여가부 기능을 속히 다른 부처로 이관하는 게 전체 국정 운영상으로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