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등판' 문재인, PK 돌며 유세 지원...민주당에 득일까, 실일까

[the300]

김성은 l 2024.04.03 06:15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울산 중구 태화국가정원을 방문해 민주당 중구 오상택 국회의원 후보와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2024.04.02. bbs@newsis.com /사진=배병수


문재인 전 대통령이 4·10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 도전지(험지)라 불리는 PK(부산·경남) 지역을 잇따라 방문해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본격 지원에 나섰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인지도 등이 후보들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와 함께 자칫 과하게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오히려 중도층 표심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2일 울산 동구·중구·남구갑 지역구를 차례로 찾아 각 지역구에 출마한 김태선 후보, 오상택 후보, 전은수 후보를 응원하는 한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 경남 거제를 방문해 변광용 민주당 후보를, 지난 1일에 경남 양산과 부산 사상을 찾아 이재영 후보와 배재정 후보를 각각 응원하는 등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지원 유세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재영 후보와 함께 원동 매화밭과 미나리 농가를 방문한 사진을 올리는 정도로 이 후보 지지의 뜻을 내비쳤었다. 양산갑은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파란색 점퍼를 입은 이 후보와 달리 문 전 대통령은 청바지에 재킷 차림이었다.

이에 비해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문 전 대통령은 장거리를 이동해 아예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외투를 입고 시민들과 만나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고 사진을 찍는 등의 장면을 보여 사실상 선거운동 전면에 나섰다는 관측을 낳았다. 문 전 대통령의 최근 발언도 민주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과 궤를 같이 하면서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1일) 오후 양산 물금읍 벚꽃길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정부가 너무 못한다"며 "70 평생에 이렇게 못 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고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우리 야당들이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고도 했다.

2일에는 울산 중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말 민생이 너무 어렵다.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소리도 들린다"며 "우선 우리 정치가 너무 황폐해졌다. 막말과 독한말들이 난무하는 아주 저질의 정치로 전락했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 전직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후보 지원에 이렇듯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드문 일로 여겨진다.

사실상 선거전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자 문 전 대통령은 "저와 특별한 연고가 있는 지역이나 후보들을 찾아 조용하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만난 김태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오상택 후보도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험지로 불리는 PK 지역이나 이번 총선에서 격전지라 불리는 '낙동강벨트'에 출마한 후보들을 방문해 측면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여도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른다. 선거가 며칠 안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끝까지 이탈하지 않고 결집해 당을 지지해 주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울산 중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오상택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을 방문해 오 후보와 나란히 걷고 있다.2024.4.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이에 반해 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이야기한 '조용한 응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현 정부를 직격하는 듯한 발언들을 지속하면 오히려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주는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당장 여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다" "퇴임 후 현실정치에 관여 않겠다"는 발언과 배치된 행동을 보이고 있단 비판들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2일 충남 천안·당진 등 유세에 나서 "우리의 기억력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며 "문 정부 당시 나라가 망해가던 것 기억 안 나나. 부동산이 폭등하고 정말 살기 힘들었던 것 기억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문 전 대통령의 말처럼 어려운 지역에 나선 지인을 응원하는 차원의 지지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이란 위상을 감안했을 때 문 전 대통령의 어떤 발언들이 총선 국면에서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을 수 있고 그 경우 오히려 반감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도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 지지율이 40~50%를 기록할 정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지만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준 책임을 일부 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반감을 가진 민주당 지지층도 있을 수 있다. 너무 과하게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부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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