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권오현 "삼성이 10년 만에 日 반도체 따라잡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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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제주)=차현아 l 2024.05.31 13:53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권오현 서울대학교 이사장이 31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제주포럼 '한일 CEO 특별대담: 경쟁과 협력을 넘어서, 초격차 리더십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5.31. oyj4343@newsis.com /사진=오영재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일본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우린 10년 만에 일본을 뛰어넘었습니다. 그 비결은 리더들의 강력한 헌신(Strong commitment), 직원들의 헌신(Dedication) 입니다."

'반도체 신화' 주역으로 꼽히면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을 역임했던 권오현 서울대 이사장은 3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최정상에 서게 된 '초격차' 비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권 이사장은 센모토 사치오 센모토 재단 대표이사와 함께 '한일 CEO 특별대담 : 경쟁과 협력을 넘어서, 초격차 리더십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세션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는 오종남 HDI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이 맡았다.

권 이사장은 1985년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에 입사했다.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 개발에 성공하며 일본 도시바를 처음로 추월하는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의 발판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이사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 퇴임 후 펴낸 저서 '초격차'는 리더의 자세나 조직문화, 경영전략 등 33년간 삼성전자에 몸담은 경험을 풀어내며 화제를 모았다.

권 이사장은 한 때 세계를 재패했던 일본에 대해 "지금도 여러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기술의) 펀더멘탈(Fundamental)과 베이스(Base)가 아주 강하고 탄탄한 나라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당시) 관리 실패(Management mistake)라고 생각한다. 모든 기업은 의사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하는데 (일본 기업은) 너무 안전하고 천천히 가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어 "아날로그 시대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는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으므로 각 나라마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서로 장점을 공유하는 게 좋다"고 했다. 권 이사장은 "한국은 펀더멘탈의 역사는 짧지만 순발력이 뛰어나므로 (일본과) 공유하면서도 또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도 "디지털 시대에는 협력이 중요하다"며 "어떻게하면 서로 가진 장점을 키우고 약점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을지 고민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이 특히 협력할 분야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31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권오현 서울대학교 이사장(오른쪽)과 센모토 사치오(가운데) 센모토 재단 대표이사가 '한일 CEO 특별대담: 경쟁과 협력을 넘어서, 초격차 리더십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세션을 하고 있다. 2024.05.31. oyj4343@newsis.com /사진=오영재


일본 통신회사인 AU를 창업하고 레노버 회장을 역임했던 센모토 사치오 대표도 권 이사장 발언에 공감했다. 센모토 대표는 "하나의 기업이 대변혁을 이루려면 리스크(위험)을 감수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일본 기업에는 권 이사장과 같은 리더가 없었다"고 했다.

센모토 대표는 미래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요소로 'AI(인공지능)', '반도체', '그린(Green)'을 꼽았다. 그는 "이 세 가지를 기업에서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며 "특히 경영자는 1에서 10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권 이사장은 리더가 되기 위한 자질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한 청중의 질문에 "저 역시 타고난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고 리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직급이 높아질 수록 중요한 것은 통찰력과 결단력"이라며 "(한국에서는)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큰데, 어릴 때부터 틀리고 실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면 결단력을 잃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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