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검찰, 이재명을 전리품처럼"···여당 "이재명 변호 위한 청문회"

[the300]

김성은 l 2024.10.02 17:25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4.10.02.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헌정 사상 두번째 열린 국회의 '현직 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두고 여야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은 "대북송금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엮으려 했던 전형적인 검찰의 조작 사건"이라고 했고 여당은 "이재명 대표를 변호하기 위한 청문회"라고 맞섰다.

구속 수감 중 국회에 증인 출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해외에서 체포된 이후부터 사건의 본질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8월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헌정 사상 첫 현직 검사 탄핵 조사 청문회를 연 바 있다.

이 전 부지사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국회 법사위가 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건은 크게 두 개의 시기로 구분된다. 첫 번째 시기가 제가 이 건으로 기소돼 조사를 받던 2022년 9월 이후이고, 두 번째는 2023년 1월17일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해외에 도피하다 체포돼 들어오고 난 이후"라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박 검사 탄핵 조사 청문회를 추진한 이유에 대해 박 검사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정치 탄압 목적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허위 진술을 회유·강제해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는 의혹 등을 들었다. 다만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던 박 검사는 불출석했다. 또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로부터 수억원대 뇌물 및 정치자금을 받고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6월 1심 재판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전 부지사는 "수 백 회에 가깝게 검찰에 불려 나가 조사를 받던 내용이 거의 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 얘기하라는 것이었다. 제 사건의 본질과 한참 벗어나 이재명 대표에 대해 얘기하라는 것이었다"며 "이 대표가 대선에서 떨어지고 난 다음 제가 느꼈던 감정은 무슨 정치검찰의 전리품처럼 된 것 아닌가, 이 사람들이 이 전리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갖고 경쟁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또 앞서 언론에 알려진 '연어파티' 의혹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박상용 검사실 바로 앞에 있는 '창고'라고 쓰여진 공간에서 사건 관계자들, 저를 포함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이 같이 있으면서 대질이란 명분 아래 진술을 지속적으로 맞췄다. (진술이) 틀리면 서로 교정을 해주는 진술 세미나를 반복적으로 했다"며 "검찰의 지속적이고 강압적인 회유와 압박이 계속됐다"고 했다.

이어 "(진술이) 어느정도 만들어지면 조서를 받았다. 이것이 워낙 허구의 사실이라 조서의 얘기가 서로 달라 그러면 또 (검찰이) 불러서 맞추고 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며 "그 과정에서 (검찰이) 수감된 저희들에게, 이를테면 김성태씨가 갈비탕이 먹고 싶다면 갈비탕이 제공됐고, 자장면이면 자장면이, 연어가 먹고 싶다면 연어가 제공됐다"고 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이 전 부지사를 대상으로 "소위 말하는 '연어파티' '술파티' '진술세미나'가 있었으냐"고 묻자 이 전 부지사는 "당연히 있었다. 여러 차례다. 술을 마신 건 한 번이었고 그 이외에 다양한 음식이 제공돼 음식과 다과를 즐기면서 대화를 한 것은 수 십회"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이 사건은)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를 엮으려 했던 전형적인 검찰의 조작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증인의 진술로 봐서 박상용 검사에 형법상 직권남용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정청래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4.10.02.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여권에서는 이날의 청문회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청문회라는 비판이 나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가 국민 혈세로 세비를 받으면서 왜 이 대표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을 국회에서 해야 하나. 국민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청문회는 이재명 대표 재판에 유리한 자료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보겠다는 방탄 의도이고, 검사들을 겁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법사위가) 박상영 검사 가족 10년치 출입기록을 달라 하고 판사였던 (박 검사의) 배우자 사건기록까지 달라 한다"며 "이게 망신주기용 탄핵이고 물리적인 테러지,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도 "대북송금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이 사건의 이 대표가 관여돼 있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민주당의 오늘 이 청문회를 위한 진짜 목적은 이 사건과 이 대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오늘 이 사건은 앞으로 있을 이재명 대표 재판에 대한 변호를 위해 마련 된 것"이라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증인 출석한 엄용수 전 쌍방울 그룹 회장 비서실장을 대상으로 "지금 민주당과 이화영 증인 측에서는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회유와 협박을 해 증언하게 만들었다고, 김 회장을 아주 형편없는 인간으로, 악마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고 했다.

엄 전 실장은 이에 "저희가 500만달러를 대북 송금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이화영 전 부지사께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소개시켜준 뒤 (일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김성태 전) 회장께서 항상 남북 교류 등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고 이화영 전 부지사님과는 한 20년 정도 되는 막역한 사이였다"며 "(해외에서) 체포돼 돌아오실 때까지도 이화영 전 부지사님을 보호하려는 그런 굳은 의지가 있었다. 유력 정치인인 이재명 지사님과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해 철저하게 저희가 보호해야 한다는 말씀이 있으셨다"고 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 야당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에 응하지 않은 박상용 검사에 대해 고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정청래 위원장은 "불출석 사유서조차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한 박상용 피소추 대상자를 포함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선 정당한지에 따라 법률에 따른 고발 등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또 "오늘같은 청문회는 (박 검사가) 불출석하더라도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없고 그래서 강제 구인할 수 없다. 이런 조사 청문회에서도 (주요 증인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며 "여러 번 걸친 청문회에서 불출석한 증인들에 대해서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감이나 국정조사는 증인으로 채택되면 불출석시 의결을 통해 강제구인을 할 수 있다"며 "오는 7일부터 진행되는 법사위 국감에서는 채택된 증인이 불출석시 김건희 여사든 누구든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행명령장을 발부, 출석을 강제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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