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프랑스·독일은 하고 영·미는 안해, 왜?

[the300][런치리포트-도서정가제 안착할까②]"출판생태계 보호" vs "시장 효율성"

박상빈 기자 l 2014.11.19 08:17

21일 시행되는 개정 도서정가제는 해외에서도 나라별로 시행 여부가 제각기 다르다.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2002년 법을 마련, 2003년부터 도서정가제를 시행했다. 적용기간과 제외 대상 등의 예외범위가 넓어 실효성 논란이 지속됐다. 소비자 입장에선 '있는 듯 없는 듯' 하던 제도다. 그러다 할인폭과 예외 대상을 강력 제한하는 11년만의 변화가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18일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출판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가제를 시행하는 주요 유럽권 국가와 정가제 시행 없이 자유시장에 도서 가격을 맡기는 영미권 국가 등으로 크게 양분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16개국(47%)이다.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도서정가제의 대표국은 프랑스. 1981년 당시 문화부장관이던 '자크 랑'의 이름을 딴 '랑 법'으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는 도서정가제를 1953년 폐지했지만 할인 등을 앞세운 대형서점에 의해 출판·서점업 생태계가 교란된다고 판단, 정가제를 재도입했다. 


현재 출판된 지 2년 내 도서를 정가제 대상으로 하고, 5% 이내 할인만을 허용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연구기관 등이 구매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9%까지 할인을 허용한다. 프랑스는 이외에도 올해 7월부터 온라인서점에서 할인판매와 무료 책 배송을 금지 시키는 '반 아마존법'을 시행하고 있다.


랑 전 장관은 입법취지에 대해 "어디에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해 독서의 평등을 확보하고, 유통 체계의 집중화를 방지한다"며 "소수 출판물의 창작과 출판의 다양성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법률 없이 1888년부터 협약에 의한 정가제를 시행해 오다 2002년에 법제화에 성공했다. 이탈리아도 2001년 15%폭 이내에 도서 할인이 가능한 도서정가제를 입법했다. 출판·서점 업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도서 문화 확산이 정가제의 명분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의 영미권을 포함해 OECD 국가 18개국(53%)은 도서정가제가 없다. 도서 출판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한 결과다. 미국과 영국은 상위 20개 출판사가 전체 시장 매출의 97%를 차지한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세계적 온라인 서점이 크게 발전한 것도 영미권 국가가 기반이다. 이 때문에 중소 업체가 위축된 불균형 생태계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한편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도서정가제와 도서소비자의 편익' 보고서는 영미권의 이 같은 특징에 무게를 실었다. 특정 베스트셀러의 국가별 평균 판매가격을 비교하니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프랑스와 독일의 가격 수준이 도서정가제가 없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높았다. 같은 책도 미국보다 프랑스에서 비싸게 사야 하니, 소비자에겐 도서정가제가 없는 편이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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