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취지, 규제완화·시행령 과정서 '변질'

[the300][단통법, 개정·보완 논의④]규개위 '분리공시' 제외..보조금도 크게 낮아

이하늘 기자 l 2014.10.13 05:54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국민들의 단말기 구입부담이 오히려 크게 증가하면서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 및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국회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단통법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은 법안 자체가 아닌 시행령과 관련한 사안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목소리다.

 13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단통법 통과에 관여한 정치권 인사들은 "단통법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은 국회 법안이 아닌 정부 시행령에 담긴 내용"이라며 "단통법의 취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단통법은 지난해 5월 국회에 발의돼 1년 가까이 논의가 진행됐다. 조해진 새누리당 미방위 간사가 대표발의했으며 미방위 소속인 권은희 의원을 비롯해 △김성찬 △김영우 △김태원 △김한표 △남경필(현 경기도지사) △안덕수 △이우현 △홍지만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한 의원은 "단통법의 취지에 공감했기에 법안발의에 서명했지만, 시행 이후 이렇게 큰 파장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며 "아울러 문제가 되는 조항은 국회의 의결이 아닌 정부의 시행령 결정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라며 법안발의 의원들에 대한 비판에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이후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은 30만원에 그친 '보조금 상한선'과 '분리공시'다. 국회에서는 굵직한 법안의 뼈대를 마련한 이후 정부의 시행령을 통해 세부적인 사항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보조금 상한선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한 조정이 필요한 만큼 상대적으로 수정이 손쉬운 시행령에 이를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었다는 것이 의원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보조금 상한선을 30만원으로 묶었다. 유통점 재량으로 15%를 더해도 최대 지원금은 34만5000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통신사들의 보조금은 상한선에 크게 못 미쳤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마저도 난색을 표했을 정도다. 지난 8일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재공시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지원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지원금의 투명화와 이로 인한 이용자들의 합리적인 선택, 또 휴대폰 출고가 인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도입이 추진됐다. 미래부는 법안 준비과정에서 분리공시를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최대 단말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반발이 거셌다. 정치권 관계자는 "부담을 느낀 미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굳이 업계와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미래부에 이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행령에서 삼성전자가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을 각각 공시토록하는 '분리공시'에 대해 "영업비밀이 노출돼 해외 영업에 타격을 받게 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국내 보조금 지급내역이 공개되면 해외 통신사와의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논리였다.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분리공시를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에 적극 반대했고, 결국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지난달 24일 분리공시를 단통법 시행령에서 제외토록했다. 
 한 야당 의원은 "단통법은 불투명한 단말기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호갱' 고객을 방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점차 통신 요금 및 단말기 출고가 하락을 유도하자는 취지의 제도"라며 "다만 시행령 제정 및 운용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주는 부작용이 있는만큼 서둘러 '법안AS'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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