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만에 결정된 안철수-천정배 통합…"호남 잡고 전국으로"

[the300]

심재현, 김태은 기자 l 2016.01.25 14:00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국민회의 통합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양당 지도부들이 손을 모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 국민회의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 국민의당 윤여준 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상임 부위원장. 2016.1.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5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의 통합 발표는 철통보안 속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국민의당에서 천 의원과 물밑 협상을 벌여온 김한길 상임부위원장이 이날 오전 9시40분쯤 기자들에게 '국회 의원회관에서 10시30분에 정국현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까지도 누구 하나 눈치챈 이가 없었다.

당초 10시부터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안 의원과 한상진·윤여준 창당준비위원장도 급히 자리를 옮겨 회견장에 참석했다. 예정된 시간을 5분 넘겨 천 의원을 필두로 안 의원과 김 부위원장, 한상진·윤여준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 등이 회견장에 들어서자 장내가 술렁였다. 박선숙 국민의당 집행위원장은 김 부위원장이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뒤에도 기자들에게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만 언급했다.

국민회의 당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천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예정이었던 창당준비위원회 운영위원회에 10시가 다 돼서야 참석한 뒤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고 장진영 국민회의 대변인은 전했다. 천 의원은 회견을 마친 뒤 다시 당사로 돌아가 운영위원들에게 통합 결단과 배경을 설명했다.

안 의원과 김 부위원장, 천 의원이 통합에 합의하는 데는 엿새가 걸렸다. 세 사람은 지난 19일 저녁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의 한 식당에서 2시간가량 통합에 대해 논의하면서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다. 양측 관계자는 "이때 통합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당시 회동 이후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라든가 (탈당파) 여러분이 하고 있는 국민의당 쪽이 저에게는 자연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천 의원은 전날 밤늦게 통합 결심을 굳혔다. 광주에서 상경해 김 부위원장과 함께 안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통합에 대해 의견 접근을 봤다고 한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서 의견을 좁히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날 발표한 5개항의 합의문은 회견 직전까지 손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위원장과 천 의원이 합의문을 작성한 뒤 안 의원과 천 의원이 최종적으로 만나 합의문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문에서는 양측의 절박감이 묻어난다. 양측은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통합하기로 했다"며 "합리적인 중도개혁 인사의 참여 및 신당추진 인사들과의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사당화'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위기론이 불거진 국민의당과 독자세력화를 추진해왔지만 창당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민회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지지부진하던 국민의당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13일 주승용·장병완 의원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탈당 행렬이 멈춘 상태에서 천 의원이 합류하면서 15석에 머물렀던 의석이 16석으로 늘게 됐다. 광주에 기반을 둔 천 의원과의 통합을 통해 요동치는 호남 민심을 잡는다면 당 지지도를 반등시키고 전국으로 지지세를 확산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 천 의원은 이날 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호남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특수성이 있는 만큼 4월 총선 공천 과정에서 좀 더 특별한 관심을 갖기로 양측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지도체제는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체제가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김 부위원장은 "통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지분이나 자리 요구는 서로가 꺼내지 않는 것으로 하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랜만의 호재로 안 의원 측근 그룹과 더민주 탈당파 현역의원 그룹 사이에 불거졌던 갈등도 당분간 잦아들 것"이라며 "안 의원과 외부인사 영입을 두고 이견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김 부위원장도 자신의 입지를 입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