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는 文 커지는 安…총선 3자 구도로

[the300]문재인 더민주 대표 사퇴…안철수 국민의당에 박주선 합류

심재현, 정영일 기자 l 2016.01.27 16:32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통합신당을 추진 중인 박주선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 기자회견에서 환한 얼굴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박 의원의 합류로 국민의당의 국회의원 의석 수는 17석이 되고, 원내 교섭 단체 구성까지 3석을 남겨 놓게 됐다. 2016.1.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13 총선을 앞두고 야권 개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은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에 이어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과 통합에 합의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함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국민의당이 나머지 신당 창당 세력까지 끌어안고 더민주가 심상정 대표의 정의당과 연대하면 '일여다야'(一與多野)로 치닫던 지역구 대진표는 '일여이야'의 3자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 천정배 이어 박주선도 안철수 선택=국민의당은 다음달 6일부터 시작하는 설 연휴 전까지 박준영 전 전남지사, 김민석 전 의원 등 호남권 신당 세력과 정동영 전 의원과도 통합 논의를 진행해 더민주 문 대표의 사퇴 선언 이후 흔들린 호남 주도권을 재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안 의원과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발표한 통합 선언문에서 "이번 통합은 헌법 정신과 가치를 구현하는 수권 대안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합리적인 중도·개혁인사의 참여 및 신당추진 인사들과의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합류하면서 국민의당 현역의원은 17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28일 더민주를 탈당한 뒤 장고에 들어간 최재천 의원이 곧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고 박지원 의원도 합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1명 이상만 더 합류하면 교섭단체(현역의원 20명 이상)를 등록할 수 있게 된다.

박지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제 민주당(박준영+김민석)과 정동영 전 의원만 함께 하면 중통합이 된다"며 "19대 총선 때 한광옥 정통 민주당이 한 석도 당선되지 못했지만 야당에 7석을 낙선케해 결과적으로 여당을 승리케 한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바보"라는 글을 올렸다.

더민주를 제외한 반문재인 야권 통합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갈등의 뇌관은 남아있다. 더민주에서조차 진보라는 평가를 받았던 천 의원부터 호남 맹주인 '양박' 의원을 끌어안으면서 중도를 내세운 전국정당이라는 위상과 목표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합의문에 '합리적인 중도·개혁 인사의 참여'라는 문구를 명시했지만 당 밖에서는 날선 비판이 나온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안 의원의 '새 정치'는 역시나 '헌 정치'"라고,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장은 "큰 파급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야권 연대는 없을 것"이라며 제3정당으로 독자세력화를 강조한 안 의원과 현실론을 내세운 김한길 의원의 당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여지도 있다. 김 의원은 천 의원에 이어 박 의원과의 뭍밑 논의도 주도했다. 공천이 본격화되면 천 의원 등 추가 합류파와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열려있다. 천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통합 선언과 별도로 이날 자신이 주도하는 국민회의 부산시당 창당대회를 진행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한 뒤 김종인 비대위원장 겸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과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353일만에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이양하고 총선정국에서 백의종군한다. 2016.1.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종인 전권 위임 총선 준비 박차=더민주는 이날 문재인 대표 체제를 공식적으로 마감하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총선 준비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회에 이어 비대위 권한까지 모두 위임받았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는 박영선(서울)·변재일(충북)·우윤근(전남) 의원과 이용섭(광주) 전 의원을 비롯해 문 대표가 영입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경북),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전북) 등 7명으로 구성된 비대위 구성 안건이 통과됐다. 변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대위원을 겸임한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이 지역적으로 골고루 분산됐고 성향으로도 내추럴(중립적)하다"며 "어려운 처지의 당을 보다 활력있게 끌고 가서 총선에서 기필코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사퇴한 문 대표를 대신해 정의당 심 대표와의 연대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표와 심 대표의 구상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민주와 정의당은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합해서 뭐가 이뤄진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후보 단일화는 선거 막판에 얘기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전략지역 10여곳에서 공천부터 후보를 협의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룰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김 위원장이 공천룰 수정 여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문 대표는 기존 룰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문 대표가 공천안을 만든 김상곤 전 혁신위원에게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긴 것도 이런 이유라는 분석이다.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이다. 문 대표는 이날 중앙위에서 "지역정서에 기댄 분열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무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민심 얻기에 공들이는 국민의당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으로 내려가 한동안 휴식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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