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특위, 사과 없는 정부 질타…"피해자 고통 깊을 것"

[the300](종합)국무조정실·환경부 등 기관보고…이석준 "피해보상기금 설립 검토"

김세관 기자 l 2016.08.16 18:11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이 놓여 있다. 사진=뉴스1.

16일 열린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사과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다만,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피해자보상기금 구성은 폭넓은 피해자 지원을 위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위는 이날 국회서 전체회의를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기관보고 첫날 일정으로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회의 시작과 함께 기습기살균제 피해를 방지하지 못한 정부가 피해자와 유가족,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이날까지 제도가 미흡해 '부도덕한' 기업의 탐욕을 막지 못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탄생과 확산을 막지 못했으면서도 내 잘못이라고 말하는 부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고, 특위 위원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 책임은 아닌데, 안됐다, 위로한다'는 식의 정부 자세는 안 된다"며 정부 사과를 요청했다.

아울러 김성원 새누리당 의원은 "제도가 미흡했다는 정부 입장은 동의하지만 (특위위원들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은 책임(사과)을 묻는 것이 아니다"라며 "도의적 책임으로 사과를 해줘야 피해자 지원대책, 재발방지 대책 등 17년 묶여져 왔던 매듭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도의적으로 일정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이 시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피해자 지원"이라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김성원 의원이 재차 "법적 책임 때문에 (사과를 하지) 못하느냐, 악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이 실장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정부가 아무리 재정적 지원을 해도 (정부의 태도가 이렇다면) 피해자들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우원식 위원장은 "정부 태도를 보면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다시 한 번 느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 지원 차원에서 피해자보상기금 조성 제안이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피해자보상기금 조성은 19대 국회부터 제안돼 왔지만 정부가 거부해 왔던 사항이다. 

이 국무조정실장은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운 (피해자 지원) 부분이 있어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들이 일정 규모 돈을 울연해 기금을 만드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겠다"고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가습기살균제 유해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가 제도가 미흡했다는 변명만 한다는 비난도 나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주 원료인) PHMG에 대한 1997년 기술검토결과보고서를 보면 PHMG는 '물에 20%희석시켜 분무형태로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환경부가 PHMG가 분무형태로 노출되면 호흡기 계통으로 흡입돼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제도가 미비해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는 환경부 해명은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정춘숙 더민주 의원은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PGH가 국내 처음 수입될 때 심사를 맡았던 환경연구원은 유해성평가보서를 제출하면서 '최종제품이 스프레이나 에어로졸 상태로 사용된다'로 나와 있다"며 "그런데도 흡입독성 시험성적서를 요구하지 않고 허가해 준 정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연혜 새누리당 의원도 "정부가 PHMG의 유해성심사를 통과시킬 때 용도 목적을 '카페트 항균제 등'의 첨가제도 된다고 했다"며 "항균제 카페트 '등' 이라고 한 것부터 카페트 항균제 외의 용도(가습기살균제 등)에 써도 된다고 허가를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무조정실과 환경부 등에 대한 기관보고를 마친 특위는 17일에는 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 18일에는 기획재정부·법무부·고용노동부에 대한 기관보고를 진행한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