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규제 역부족…뛰는 법 위에 나는 유통대기업

[the300]입법영향 평가…변종 점포로 갈아타며 계속 덩치 키워 "법안 재보완 필요"

진상현 기자 l 2014.11.07 10:23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관련 법률을 수차례 개정했지만 변종 SSM로 갈아타는 등 유통대기업의 덩치 불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에 따른 사업조정제도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대기업의 출점 경쟁이 법률 개정을 통한 규제 조치에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조정제도는 중소기업이 영위할 업종으로 판단되는 사업영역에 대기업이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경우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제도다. 활용이 저조하다가 2008년 SSM이 등장한 이후 다시금 주목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대기업의 직영 SSM 점포수는 지난 2008년 말 446개에서 2009년 667개, 2010년 889개로 각각 49.6%, 33.3% 급증한 후 2011년 1032개, 2012년 1144개, 2013년 1179개, 2014년 8월말 현재 1190개로 증가세가 현저히 줄었다. SSM 점포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업조정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생협력법'이 이뤄진 탓이다. 법 개정은 2009년 1월과 2010년 1월 각각 이뤄졌다.





하지만 직영 SSM의 증가 속도가 줄어든 반면 가맹점 형태의 SSM이 새롭게 등장했다. 사업조정이 대기업과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해 가맹점포에 대해서는 조정 신청을 할 수 없다는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상위 3개사가 운영하는 가맹점 SSM은 2010년 57개에서 2011년 111개, 2012년 189개, 2013년 217개 등으로 늘어났다.

이에 2010년 12월 가맹점도 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법이 다시 개정됐지만 여전히 허점이 있었다.

가맹점의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는데 점포 개업에 드는 총 비용의 51% 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위탁형 가맹점'만 신청대상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순수형 가맹점'은 조정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다 보니 대형유통업체들은 순수형 가맹점을 활용해 덩치를 불렸다. 가맹점 SSM을 운영하는 상위 3개 유통업체의 순수가맹점 비율은 올해 8월 현재 전체 234개 중 171개로 73.1%에 달한다. 가맹점에 대해서도 조정신청이 가능해지자 다시 이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점포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동시에 상품공급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점포도 나타났다. 상품공급점은 운영 회사가 기존 슈퍼마켓이나 신설 점포 등에 물품을 공급해주고 해당 SSM의 상호를 사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상위 4개사 기준으로 지난 2012년 처음 나타난 상품공급점은 첫해 342개에서 2013년 578개, 올해 8월말 현재 706개로 급증했다. 이후 지난해 8월에도 상생협력법이 한차례 더 개정됐지만 조정 대상은 확대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업조정 대상에 상품공급점이나 순수형 가맹점 등이 추가돼야 한다고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도 지난해 8월 상품공급점을 대기업이 상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상품발주 및 대금결제, 판매방법, 매장운영 등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지도를 수행하는 형태로 정의하고 현행법상 사업조정 신청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회 관계자는 "규제로 인한 풍선 효과로 출점 자제라는 기대효과가 현실화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상품공급점 등을 조정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법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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