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스캇 보라스' 나올 수 없는 이유는?

[the300][런치리포트-한국에도 '스캇 보라스' 나올까①]

박광범 기자 l 2015.10.15 15:46

#. 5대9 → 11대9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9회 두산의 대역전극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는 대역전극 외에도 또 하나의 화젯거리가 있었다. 넥센 간판타자인 박병호의 국내 프로야구 마지막 경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이 확실시되는 박병호는 앨런 네로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앨런 네로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강정호의 에이전트이기도 하다.


반면 올해 시즌을 끝으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지만 해외진출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 같은 팀의 손승락, 유한준 등은 따로 에이전트와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

한국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소속 박병호 선수/사진=뉴스1제공

15일 국회에 따르면 국내에도 스포츠 산업 육성과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법제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월 대표발의 한 '스포츠산업 진흥법' 전부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 법안심사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법 개정 없이도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시행은 가능하다. 각 스포츠 연맹들이 자율적으로 규약을 개정해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에이전트 제도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강 의원이 법 개정을 통해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나서려는 까닭이다.


현재 국내 프로 스포츠 중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종목은 축구가 유일하다. 야구와 농구는 위원회 규약에서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곤 있지만, 시행시기 미합의 및 절차규정 미비 등을 이유로 제도를 실제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강 의원은 에이전트 제도가 법으로 보장될 경우, 전문 에이전트보다 협상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의 권익이 보호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선수가 대리인에게 계약을 위임하면 스포츠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이는 결국 스포츠 팬들의 즐거움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에이전트 산업이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돼 스포츠 산업 성장을 모색할 수 있고, 선수 수급시장의 투명성 및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정부도 에이전트제 도입에 긍정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서 지난 1월27일 '2015년 스포츠 산업 육성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도입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에이전트의 연봉 협상으로 스포츠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에이전트 자격을 어떻게 규정할지가 쟁점이다. 현행 KBO(한국야구위원회) 규약은 에이전트 자격을 '변호사'로만 제한하고 있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에이전트 자격을 자유화할 경우 에이전트의 무분별한 난립으로 선수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에이전트 자격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법안 논의과정에서 구체화 될 필요가 있다.

또 대리인 수수료 가이드라인 제시도 필요하단 주장도 있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수수료는 계약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만 선수와 에이전트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수수료 산정방법 및 수수료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현재 에이전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축구의 경우, 대한축구협회 선수중개인 관리규정에 따라 에이전트의 보수를 선수 기본급의 3%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선수 연봉의 1~2% 수준으로 에이전트 보수를 정하고 있다.

아울러 에이전트의 등록자격을 심사하고, 이해관계자간 갈등 및 분쟁 해결 역할을 맡는 기관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구단과 선수의 대등한 계약에 따른 선수의 심리적 안정과 경기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고, 전체 스포츠 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안정적인 제도 도입을 위해선 구단의 재정적 부담과 제도 도입시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관련 이해당사자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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