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아이 보호法' 국회에서 2년간 잠잤다

[the300]2016년 통학차량 하차 경고등 의무법 발의됐지만…도로교통법vs자동차관리법 '공회전'

김하늬 기자 l 2018.07.20 04:26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등이 출석하고 있다. 2016.1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폭염 속 4살 아이가 어린이집 통원버스에 방치돼 숨진 사고 이면에는 국회의 법안 졸속 심사와 부처·상임위원회간 핑퐁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Sleeping Child Check System, 잠자는 어린이 확인 경보 장치)’ 설치 의무화 법안을 두고서다. ‘잠자는 아이’ 보호법이 국회에서 2년간 잠자면서 생긴 비극이다. 소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쳤다면 유사 안전 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학차량에 경보장치를 설치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8세 어린이아이가 통학버스 안에 방치됐다가 사망하는 등 통학버스 관련 어린이 안전사고가 이어진 데 대한 대응책이었다. 개정안엔 어린이 통학버스 승하차 때 운전자나 동승 보호인이 잠든 어린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도 담았다.

권 의원은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선 통학버스에 '잠자는 어린이 확인 경보 장치'가 의무로 돼 있다"며 "우리도 잠자는 어린이 확인 장치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시 도로교통법에는 어린이 통학버스 내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별도의 규율이 없었다. 같은 시기 김영호 민주당 의원도 어린이 하차 확인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하지만 당시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는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6년 11월 안행위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 확인 경보장치 설치는 도로교통법보다 자동차 개정 등에 관한 자동차 관리 법령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른 상임위로 떠넘겼다. 자동차 관리법은 국토교통위원회 소관이다.

결국 안행위는 경보 장치 설치 논의는 건너뛴 채 운전자에 어린이 하차 확인 의무만 부여하고 어길시 벌금 20만원을 부과하는 내용만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 대안’을 처리했다.

불씨가 아예 꺼졌던 것은 아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제작·판매 시 뒷좌석에 어린이나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남아있는 경우 알릴 수 있는 경보 장치를 설치하고 위반하면 과태로 1000만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1년째 국토교통위원회에 책상 위에 잠들어있다.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않은 결과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 셈이다.

권 의원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시스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논의와 입법에 국회가 조금 더 관심가졌다면 안타까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법 개정에 시간이 걸린다면 지역자치단체 조례 등을 통해 발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국회가 관련법을 방치하는 동안 자동차업계가 자발적으로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차량 내 영유아 방치 사고를 막기 위해 '후석승객알림(ROA: Rear Occupant Alert)'을 탑재한 신형 싼타페 모델을 내놨다. ROA는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릴 때 영유아가 차량 실내에 남아 있는 것으로 차량이 감지하면 우선 운전석 클러스터 경고 및 경고음을 낸다. 또 경적음, 헤드램프 점멸, 문자 메시지 발송 등 4단계로 영유아 방치사고를 예방 시스템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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