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여혐·남혐 발언, 유럽에선 처벌 대상

[the300]벨기에, 성적 혐오표현 처벌…다른 유럽 국가들은?

김남희 인턴기자 l 2018.11.20 17:49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이수역 폭행사건 관련 청원

'이수역 폭행 사건'과 관련한 여혐·남혐 논란이 거세다. 사건 당사자들이 성적 혐오발언을 한 영상이 온라인상 유포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Me Too) 운동, 홍대 누드모델 몰카(몰래카메라) 사건을 거치며 혐오표현 논쟁이 뜨거워진 후다. 일각에선 유럽처럼 법을 통해 혐오표현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에서는 실제로 성적 혐오표현을 처벌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는 것일까.


[검증대상]
여혐·남혐 발언, 유럽에서는 처벌한다.


[검증방식]


◇벨기에, 젠더폭력 처벌=벨기에는 2014년 세계 최초로 '젠더 폭력'을 범죄로 규정하는 '성차별주의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성적인 경멸 발언,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 등으로 젠더 폭력을 범했을 경우 징역 최대 1년 또는 벌금 1000유로(129만원)에 처한다.


지난 3월 벨기에에서 이 법으로 처벌받은 첫 범죄자가 나왔다. 여성경찰관에게 "여자가 무슨 경찰을 하냐"고 모욕한 남성이 성차별, 경찰관 폭행, 협박으로 3000유로(387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벨기에 법원은 이 남성의 행동이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유죄 판결했다.


리스벳 스티븐스 벨기에 양성평등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워크숍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맘충'이라는 단어는 벨기에에선 법적인 규제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차별주의법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문화적 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성별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시키기 위해 생긴 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벨기에 외 다른 유럽 국가들 중 여성 혐오표현에 대한 명확한 금지 규정을 만들어 처벌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성적' 혐오표현 규제입법, 대체로 미비=여성가족부는 지난 7월 '여성 혐오표현 규제 방안'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고 외국의 입법 사례를 살폈다. 혐오표현 혹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규제가 먼저 시작됐다. 이후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논의가 있지만, 아직 입법이 미비한 수준이다.


호주의 인종차별금지법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금지하지만 성차별금지법에는 표현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스코틀랜드의 '폭력 행동과 성폭력에 관한 법률', '통신법' 등에는 성차별적 표현을 금지하는 조항들이 있지만 혐오표현을 직접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혐오표현 금지를 직접적으로 명시한 조항이 없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핀란드는 형법상 인종, 피부색, 국적, 성적 지향 등으로 모욕하는 표현을 금지하는 법이 있지만 규제 수준이 약하다.


◇혐오표현에 엄격한 유럽=유럽 국가들은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접근 방식이 미국 등과는 다르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과 달리 나치 독일의 반유대주의에 따른 비극을 경험한 유럽 국가들의 역사적 배경 차이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혐오표현을 법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규제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나 대학 등 민간 자율에 맡기되, 차별 시정 기구를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 국가, 장애, 연령 등으로 차별을 했을 때는 민사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반면 유럽에선 혐오표현을 형사 처벌하는 나라가 벨기에, 덴마크,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등 16개국에 달한다. 공통적으로 인종, 종교, 민족 등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유럽의 법적 규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논란에 자주 휘말린다. 


◇혐오표현 규제 신중해야=우리나라도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법이 발의된 적 있다. 지난 2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혐오표현 규제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성별, 지역, 나이, 민족, 인종 등에 대한 혐오표현을 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표현의 자유 논란과 일부 기독교 단체의 반발로 보름 만에 철회됐다.


홍상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홍 교수는 한국 사회의 혐오문제를 분석한 저서 '말이 칼이 될 때'에서 "법적 규제보다 중요한 것은 혐오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시민의 역량 제고"라고 밝혔다. 그는 "혐오표현은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반차별 정책을 시행하고, 교육을 통해 인식을 제고하고, 소수자 집단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결과] 절반의 사실
모든 유럽 국가가 같은 수준의 혐오표현금지법을 제정한 것이 아니다. 벨기에는 '성차별주의법'을 통해 성적 혐오표현을 처벌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은 여성혐오를 특정해 규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여혐·남혐 발언이 유럽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절반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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