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법사위원장이 상임위로 법안 반려할 수 있다?

[the300]국회법엔 반려 규정 없어…관행적 반려 사례 있지만 현 법사위 위원 구성상 실제 반려는 어려워

이의진 인턴 기자 l 2019.07.01 09:20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사위 운영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여 위원장은 "각 상임위서 비록 처리되더라도 자유한국당과 합의없이 처리되거나 표결처리된 법안은 제가 법적근거가 허용되는한 관계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2019.9.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상규 자유한국당 소속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선박입항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각 상임위나 소위에서 한국당 합의 없이 표결 처리된 법안은 법적 근거가 허용되는 한 관계 상임위원회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27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터무니없는 궤변”이라며 “법사위 권한을 넘어서는 위법”이라 비판했다. 과연 법사위원장이 법안을 소관 상임위로 반려할 수 있을까. 

 

[검증대상]

 

법사위원장이 상임위에서 법사위에 넘어온 법안을 상임위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 여부

 

[검증내용]

 

◇국회법 상에는 법사위가 법안 재회부할 수 있다는 조항 없어

 

현행 국회법에는 법사위가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반려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국회법에 법사위 권한과 관련한 조항은 35조와 86조가 있다. 35조는 법무부, 검찰 등을 법사위 소관 대상으로 명시했다. 86조는 법사위가 타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외의 권한은 국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국회법상 소관 상임위에 법안을 돌려보낼 수 있는 단계는 법사위가 아니라 본회의다. 94조는 “본회의는 위원장의 보고를 받은 후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의결로 다시 안건을 같은 위원회 또는 다른 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로 법안 반려했던 관행 있어

 

그러나 의정사에서 법사위는 종종 소관 상임위로 법안을 반려한 적이 있다. 국회 사무처에서 발간한 ‘국회 선례집’을 보면 302장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심사중이던 법률안을 반려한 예’에 19대 국회까지 13건의 반려 사례가 있다. 그 중 6건은 소관 상임위 요청이 없었으나 법사위가 자체 판단으로 법안을 반려했다.

 

국회 선례집(국회사무처, 2016) 476쪽

국회 선례집(국회사무처, 2016) 476쪽


국회의사국장을 지낸 주영진 한국의정연구회 교수는 “체계·자구심사범위를 넘어 정책 내용을 수정할 경우 월권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며 “그럴 경우 법사위가 수정하기 곤란하니 소관 상임위와 협의해 반려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례집에 기술된 사례들은 모두 법안에 법리 상 결점이 있어 불가피하게 정책 내용 수정이 필요했던 경우로 파악된다.

 

이에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법사위의 법안 반려 권한 여부와 관련, “명시적으로 법 조항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안심사 과정에서 위원회 간 관행적인 면”이라고 밝혔다.

 

◇상임위 요청 없이 법안 반려는 어려워  

 

선례들과 별개로 여 위원장이 직접 법안을 상임위에 다시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 관계자는 “법사위의 체계 자구 심사과정에서 의결을 해야 법안 반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상임위 의결은 만장일치로 이뤄지는 게 관행이나 합의가 어려운 사안은 표결하기도 했다.

 

20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구성


그러나 현재 법사위에서 한국당 위원은 과반에 못미친다. 다만 여 위원장이 소관 상임위에 법안 반려를 요청하는 상황을 유도할 수는 있다. 상임위원장은 법안 상정·회의 개의 여부를 좌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이 법안 상정을 하지 않는 경우 법안을 낸 소관 상임위에서 재논의를 위해 반려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위원장 서명만으로 법안이 상임위로 반려된다. 여 위원장 의원실 소속 보좌관은 “위원장 고유권한으로 상정을 안 하면 소관 상임위에서 법안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며 회부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려 가능 여부를 떠나 여 위원장의 발언은 법사위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법사위가 정치 논리에 따라 법안을 반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 제도를 도입했던 2대 국회 본회의 회의록을 보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법률안의 법적 형식만에 대한 심사를 하여 소관위원회에 회부한다”고 제도 취지가 설명돼 있다. 따라서 법사위의 '게이트 키핑' 관행은 '월권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증결과]


국회법 상 규정이 없음에도 법사위는 관행적으로 종종 법안을 반려했다. 법사위 위원들이 회의에서 만장일치나 표결로 법안 반려를 할 수도 있겠지만 현 법사위 구성 상 소관 상임위의 요청이 없다면 법안 반려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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